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숫돌

기사입력 : 2017년03월14일 17:36

최종수정 : 2017년03월14일 17:36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어릴 때 살던 집의 사진을 꺼내 본다.
그리 넓지도 않고 아주 오래 되어 볼품 없는 한옥. 빈 집으로 폐가마저 되어 있지만 지구상에 있어온 모든 집 중에 내겐 가장 의미 있고 아름다운 집이다.
신식으로 바뀌기 전의 재래식 부엌엔 아궁이가 있었다. 그 안엔 구닥다리 레일이 깔려 연탄이 담긴 도구를 운반했다. 어머니의 애환과 소망도 함께 버무려졌다.
부뚜막에 놓인 검은 솥단지엔 검댕이 붙어 있었다. 그것이 검은 보석인 줄을, 흑연, 다이아몬드, 그래핀과 같은 로얄 패밀리라는 사실을 어릴 땐 알지 못했다.
마당의 장독대엔 항아리가 있었다. 된장과 간장이 익어갔을 것이다. 냄새가 고약했는데 내가 장성해서는 발효의 내음으로 그보다 좋은 것이 없어 보였다.
부엌의 벽에 걸린 소쿠리를 형이 걷어와 마당에 내놓은 날도 있었다. 창고에서 나무 토막을 꺼내오고 안방에서 긴 끈을 구해왔다. 그걸로 나무 토막을 묶었다. 그 막대기를 소쿠리 안에 그것을 받치며 놓아두었다. 끈의 끝을 움켜쥐고 참새가 날아와도 보이지 않게금 마루 깊숙이 몸을 숨겼다. 밥을 안치고 마루를 닦던 식구들은 그 풍경을 보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딱지 치기, 구슬 놀이 등 노는 일이 직업인 나 역시 색다른 호기심이 일어 멀뚱히 지켜보고 있었다.
참새는 형보다 영리했다.
안방엔 공작새가 수놓인 커다란 천이 걸려 있었다. 어머니가 시집오기 전에 손수 짠 것이다. 아버지가 아끼는 그 부친의 작은 유품. 실크로드의 이미지로 내게 부각된 그것도 어딘가에 숨어 있었을 것이다.
성냥, 싸구려 망원경, <안데르센 동화집>, <그리이스 로마 신화>, 카프카의 소설, 실, 뜨개질 바늘, 골무, 비녀, 대야, 밥상, 두꺼비집, 망치, 대패도 그 집에 있었다.
또 있었다. 마당엔 수채가 흘렀는데 그 곁에 숫돌이 있었다. 부엌에 걸려 있던 칼들이나 마루 위의 가위는 그 검은 돌에 갈려 날카로와졌다. 칼이나 가위로서의 생명력이 살아난 것이다. 그만큼 숫돌은 닳아졌다.
제 몸을 허물고 비워 다른 사물들을 빛나게 해주어서 그런지 작고 볼품 없는 숫돌은 엄청난 무게감으로 그 자리에 붙어있는 듯했다.

산책에 나서서 걷다보니 어느 집 창에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의 조화 속에 네모난 창틀이 문득 천원지방의 ‘방’의 형상으로 보였다,
유리창은 말라르메의 시에도 나오듯 비상이며 자유이자 하늘을 상징한다. 그 유리창의 틀이 땅의 형상이라는 이 순간의 발견 하나만으로도 내 가슴은 뛴다.
그러고 보니 숫돌도 천원지방의 ‘방’ 모양이다.
숫돌이 마당에서 내 눈을 유독 끌었다면 안방에서는 벼루라고 할 수 있겠다. 붓과 먹, 선지와 함께 문방사우에 속하는 벼루. 그것은 숫돌과 왠지 닮은 점이 있어 보인다.
둘 모두 자기 몸을 허물고 비워 다른 것을 빛나게 하는 도구로 쓰여서인 것 같다. 먹이 갈릴 때 벼루 또한 조금씩 갈려 네모난 허(虛)의 바닥이 둥그렇게 패여나간다. 그곳에 먹물이 특히 진하게 고여 붓에 스며드는 것이다.
벼루는 천원지방의 ‘방’ 형상을 바탕으로 ‘원’의 형상도 빚는 셈이다. 원래는 네모난 형태인데 먹과 더불어 갈리다보니 ‘원’ 즉 하늘 형상마저 지니게 되면서 그 안에 고이는 먹물이 붓에 의해 글이나 그림으로 화하는 것이다.
네모난 창틀에 끼여진 유리창에 햇빛이 하늘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흡사하다고 한다면 궤변이며 억지일 뿐인가.
그렇게 보아도 상관없다.
내겐 지금 그런 상상이 유리창에 투영되면서 내가 사는 셋집 역시 문득 좀더 소중해지는 것이다.
마당이 없어서도 그럴 것이다. 마당이 없기에 화단도 없고 흙도 없고 꽃도 없다. 수채 옆에 놓여 있던 숫돌도 없다. 결여 때문인지 오래도록 잊고 있던 그 존재가 떠올랐었는데 벼루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지며 그 둘이 유리창에 덧씌워진 것이다.
세상엔 집이 없는 사람, 집은 있으나 나라가 없는 사람, 집도 나라도 없는 사람, 나라도 집도 있었으나 둘 다 빼앗기고 자기 집이던 바로 그곳에서 노예로 전락한 사람 등등 별의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버젓한 고향의 집을 두고 난민의 신세가 되어 이국의 난민촌에서 냄새 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탈출 과정에서 목숨처럼 아끼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 영혼을 짓누르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의 참담한 비극들 앞에서 나 정도의 궁핍은 오히려 송구할 뿐이고 그에 대한 상상의 덧칠도 가벼운 일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수저, 싱크대, 보일러 조절 장치, 머그컵, 안방문, 스위치, 거울 등등은 모두 자그마한 안식처로서의 내 셋집 안의 물건들이다.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하나하나 새롭게 변모했고 더욱 소중하고 따스하게 와닿았다. 물론 그것들은 그 자체로 풍성함을 지니고 있다. 그 하나하나엔 내가 미처 담지 못한 깊이들이 머금어 있을 것이다.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다른 어느 걸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존재들인 사람들이 사는 집. 그것 역시 탐욕, 이기심의 집이 아니라 소유 이상의 존재의 집이기를 바래 본다.
유리창이 큰 나의 셋집 안엔 작은 앉은뱅이 탁자가 있다. 노트북도 놓여 있고 볼펜도 놓여 있다.
숫돌이 제 몸을 허물고 비워 다른 존재들을 빛나게 하듯 볼펜 역시 그런 면도 있어 보인다. 노트북은 볼펜이자 종이이다. 붓이자 선지이기도 하다. 내 가슴 속의 먹과 벼루를 더욱 갈아 진한 먹물이 둥근 바닥에 잘 고이도록 해야겠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내란 특검,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청구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내란 특별검사(특검)가 2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섰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특검은 이날 오후 5시40분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우두머리방조, 위증,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전직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핌DB]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사태 당시 헌법적 책무를 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제1 보좌기관인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상 책무를 다하도록 보좌하는 동시에 견제의 의무가 있는데,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방조해 그 책임을 져버렸다는 것이다. 우선 박 특검보는 "국무총리는 행정부 내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일한 공무원"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할 수 있는 헌법상 장치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이자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인 모든 문서에 부서 권한이 있다"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헌법기관이라는 국무총리의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영장 청구서에 한 전 총리가 도주 우려와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도 적시했다.  아울러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위법한 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대신 총리의 권한을 이용해 '합법적 외피'를 씌워주려 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다른 국무위원들도 불러서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은 한 전 총리의 이같은 행위가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정족수 11명을 채우기에만 집중했을 뿐 국무위원 심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며,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폐기 의혹 역시 단순히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봤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 주 중 열릴 예정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 한 전 총리는 전직 국무총리로서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hyun9@newspim.com 2025-08-24 18:27
사진
뉴스핌, AI 기반 맞춤형 MY뉴스 출시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매일 쏟아지는 수만 개의 뉴스 중에서 정작 나에게 필요한 뉴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국내 최초로 AI(인공지능)로 독자에게 뉴스를 추천해주는 'AI MY뉴스'를 11일 본격 출시했다. AI MY뉴스의 핵심은 지능형 구조에 있다. 그동안 미디어는 독자가 선택한 관심 분야에 의존해 단순히 뉴스를 선별해 제공했다. 그러나 AI MY뉴스는 독자를 이해하고 학습해가며 개인에게 꼭 필요한 뉴스를 골라 제공한다. ◆ AI 추천뉴스·글로벌투자·AI 어시스턴트 출시 'AI 추천뉴스'는 독자가 첫 번째 기사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작동한다. 관심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기사를 읽을 때마다 AI 시스템이 독자의 취향을 기억하고 분석한다. 경제 뉴스를 자주 읽는 독자라면 점차 반도체, 주식, 부동산 등 세부 관심사까지 파악해 더욱 정확한 뉴스를 추천한다. '모닝 브리핑'과 '런치 브리핑'은 바쁜 현대인을 위한 맞춤 서비스다. 모닝 브리핑은 AI가 밤새 분석한 전날과 당일 새벽까지의 주요 뉴스를 5~7개 헤드라인으로 정리해 제공한다. 런치 브리핑은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의 뉴스를 공공·정치, 산업시장, 글로벌, 전국 이슈 등 4개 분야로 나눠 각각 5개씩 핵심 내용을 전달한다. '글로벌 투자' 서비스는 AI MY뉴스의 핵심 콘텐츠다. 뉴스핌 마켓 전문기자들의 고품질 투자분석 'GAM(Global Asset Management)'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글로벌 브리핑'은 미국 증권시장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날마다 시장 개요부터 투자자 관점까지 4개 섹션으로 체계화된 분석을 제공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를 별도 추적해 대형 기술주의 시장 영향력을 정밀 분석한다. '파워 특징주 포트폴리오'는 일일 수익률, 변동성, 이동평균 편차 등 핵심 지표를 종합해 수익률 상위 종목을 분석하고, '이 시각 증시 시그널'은 글로벌 이슈를 실시간으로 찾아 미국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호로 정리해 제공한다. '주간 연준 인사이트'는 연방준비위원회 공식 브리핑을 투자자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뉴욕증시 전문가 팁'은 매일 뉴욕 현지 증시 전문가들의 생생한 조언을 5개의 구체적인 팁으로 가공해 전달한다. 이 가운데 '뉴스 종목 추적기'는 전 세계 글로벌 뉴스에서 미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S&P500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받을 종목을 각각 5개씩 찾아 구체적인 이유도 내놓는다. 뉴스핌이 새롭게 내놓는 AI MY뉴스 서비스 모습 [자료=뉴스핌DB] 2025.08.08 biggerthanseoul@newspim.com 뉴스핌은 글로벌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와 협력해 생활 밀착형 AI 어시스턴트도 제공한다. '뉴스 전략 24시'는 그동안 축적된 뉴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맞춤형 답변과 생활 전략을 제시한다. 미국 증시 투자 전략도 함께 제공해준다. '정책 배달 119'는 정부 정책브리핑의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상황에 맞는 정책을 찾아 신청 방법까지 안내하는 개인 맞춤형 정책 컨설턴트 역할을 한다. 단순 검색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의 행동을 이끌 수 있는 현실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뉴스핌의 모든 기사는 50개 국어로 번역돼 국내 거주 외국인과 해외 독자들도 모국어로 한국 뉴스를 접할 수 있다.  ◆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미디어 경험의 시작" 민병복 뉴스핌 회장은 "AI MY뉴스는 정보 홍수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뉴스를 선별해 전달하는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며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 모두의 삶에 힘이 되는 뉴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민 회장은 "AI MY뉴스는 독자와 함께 성장하며 개인의 삶에 진정한 가치를 더하는 새로운 미디어 경험의 시작"이라며 "AI를 활용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AI로 콘텐츠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제한 없이 무료 서비스를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AI MY뉴스 서비스는 첫 버전(V 1.0)이다. 우선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서비스가 제공된다. 뉴스핌은 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콘텐츠 수요를 직접 파악해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지속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분야별 독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다양한 콘텐츠 설계 아이디어를 받아 매월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이미 서비스에 나선 AI 아나운서 글로벌 투자 콘텐츠는 물론, 다양한 영상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뉴스핌은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 시장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글로벌 뉴스통신사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낼 예정이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08-11 12: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