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스윙스가 참가자 장용준에게 눈독을 들였다. <사진=Mnet '고등래퍼' 캡처> |
[뉴스핌=양진영 기자] '고등래퍼'가 첫방송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고등학생 래퍼 장용준(노엘)의 등장과 동시에 또 하나의 '대박' 프로그램의 탄생을 알린 듯 했지만 단꿈은 짧았다.
10일 첫 방송된 Mnet '고등래퍼'가 지난 주말을 거쳐 며칠 동안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고등래퍼'가 아니라 한 출연자 장용준이 화제가 됐다. 또래에 비해 특출난 랩 실력으로 호감을 산지 단 몇 시간도 안돼 상황이 급변했다. 과거 부적절한 행동과 언행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Mnet은 올해 '고등래퍼'로 그간의 서바이벌 명가의 명성을 이어갈 듯 했다. 과거 '슈퍼스타K'부터 '아이엠어모델',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프로듀스101'까지 다양한 포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흥행 가도를 달렸고, '고등래퍼'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힙합과 랩을 소재로 한다는 점은 '쇼미더머니'와 같지만, 참가자들이 고교생들이고 지역 간의 대항전을 펼친다는 데서 차별점을 뒀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보기에 '고등래퍼'는 '쇼미더머니'와 별다른 차이점이 부각되는 프로그램으로 느껴지지 않았기에 성공 여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화제성은 엄청났다. 그 가운데에 뛰어난 실력의 장용준이 있었다. 출연 래퍼인 스윙스가 즉각 영입 의사를 드러낼 만큼 고교생들 사이에선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줬고, 이는 곧바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장용준의 문제로 지적된 건 온라인 SNS 상의 부적절한 글(성매매 암시)과 부모님을 향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불거진 인성 논란이었다. 여기에 그의 부친이 바른정당 소속 장제원 의원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며 파장이 커졌다. 장제원 의원은 아들의 일로 사과 입장을 표명하고, 당직과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정치인으로서 소통 창구였던 SNS도 폐쇄했다.
결국은 장용준도 '고등래퍼'에서 최종 하차를 결정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를 방치한 제작진이다. 일반인이자 미성년자인 장용준의 과거 이력을 꼼꼼히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해도 최소한의 성의조차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용준의 문제 발언을 네티즌들이 찾아낸 건 방송 이후 불과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CJ E&M> |
이쯤되면 Mnet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그 참가자를 대하는 자세에 의문이 생긴다. 서바이벌을 둘러싼, 특히 출연자와 관련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쇼미더머니4'의 블랙넛이 그랬고, '프로듀스101'에서 마은진 등 프로그램 출연 전 과거 이력이 문제가 된 케이스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제작진이 일반인이라는 이유로 출연 적절성 여부를 검증하고 판단하는 일을 등한시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충분히 나올 만 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제작진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을 넘어, 시선을 끌 수만 있다면 문제 인물이든 아니든 오히려 적극 활용하는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의도치 않았다 해도 결과적으로 Mnet의 부주의는 의심받을 만 했고, 반복되는 문제를 방치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쇼미더머니'에 이어 '고등래퍼'에서 심각한 결함(?)을 지닌 참가자들이 다수 배출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라는 의견도 다수다. '쇼미더머니' 등 서바이벌이 힙합의 대중적 인기에 기여를 했다 해도, 기분 나쁜 논란의 당사자들을 대중 앞에 세운 것도 사실. 오히려 몇몇 비상식적인 래퍼들이 '다 된 힙합에 편견을 심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화살은 이 판을 짜고, 힙합의 발전을 부르짖는 Mnet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제작진의 무신경함, 혹은 관심병의 결과는 오롯이 시청자들의 피로로 쌓인다. 이미 Mnet에서 서바이벌이 론칭될 때마다 '또?'라는 반응이 나온 지는 오래. 별다를 것 없는 힙합과 랩, 열정을 소재로 하는 와중에 출연자로 인한 논란까지 매번 반복될 필요가 있을까. 비슷한 서바이벌을 찍어내기 식으로 제작하는 대신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힙합' 혹은 '서바이벌' 명가로서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이 필요할 때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