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향기가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눈길' 시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김세혁 기자]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룬 '눈길'이 삼일절 개봉한다. 끔찍한 기억을 가슴에 안고 사는 90대 할머니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이 영화는 KBS 드라마로 먼저 선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영화 '눈길'의 이나정 감독과 주연배우 김향기, 김새론, 유보라 작가는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 안팎에 대해 이야기했다.
'눈길'은 한 마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소녀가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참상을 그렸다. 도도한 부잣집 소녀 영애는 김새론이, 글도 모르고 가난하지만 꿈많은 소녀 종분은 김향기가 연기했다.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향기는 "역사적인 이야기라 조심스러웠다. 잘 해보자는 마음에 용기를 내서 나섰다. 여성 감독님이라 편하게 찍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눈길'은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도 폭력적 장면은 최대한 배제했다. 특히 성적인 내용은 대부분 피해갔다. 이에 대해 감독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히 아픈 과거"라고 설명했다.
이나정 감독은 "배우들이 일단 미성년자여서 작가와 작업할 때부터 조심스러웠다. 미성년자 배우가 성적 폭력에 관련된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해야 서로 상처가 덜 될까 공부했다. 촬영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게 배려하거나, 비극이 떠오르는 소품은 철저하게 분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위안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여전히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데 영화를 볼거리, 스펙터클에 치중하는 건 자제하고 싶었다. 폭력적인 장면은 없지만 일상을 뺏긴 소녀들은 충분히 피해자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새론이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눈길' 시사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영화 촬영 후 심적 변화에 대해 김새론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아픈 사실을 연기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염려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알아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영화 찍은 뒤에는 전보다 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더라"고 강조했다.
김향기는 "위안부 문제를 제가 연기함으로써 많은 분들이 더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조금이나마 피해자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촬영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말 안들을 사춘기였는데 역사 영화를 찍게 돼 공부가 됐다. 자료 찾아보면서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에피소드에 대해 김향기는 "종분이가 한겨울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장면이 있다. 하도 추워서 신발을 접는데 살얼음이 부서지더라"며 웃었다. 김새론은 "촬영이 지방이어서 이동할 때 힘들었다. 춥기도 했다. 근데 실제 겪은 분들은 얼마나 처참했을까 싶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