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기업은행장 윤용로가 남긴 1096일의 기록
[뉴스핌=김연순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리더로서 지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끝까지 추구해야 할 것은."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
'리더의 자리' 저자 윤용로(사진) 전 기업은행장은 10년 전인 2007년 말 제22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행장 재직 시절 1096일 동안의 기록을 빼곡히 이 책에 담았다. 1조3000억원의 자본금 확충 일화를 포함해 임직원과 함께한 경험, 행장으로서 추진했던 일 등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를 설득해 선제적 증자를 한 과정도 책에 담았다. 그는 회고한다. "은행 내부에서도 섣불리 자산을 늘리다가 나중에 부실화되면 그 책임을 다 지게 된다며 걱정하는 임직원도 많았다. 나는 그들에게 책임은 내가 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즉 은행 간 자산경쟁이 있을 때 대출을 늘리게 되면 부실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이 거의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망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을 엄선해서 대출하면 부실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기회에 새로운 고객을 많이 받아들이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나의 이런 판단은 사후에 입증됐다.(책 본문 144~145P)
당시 증자를 통해 기업은행이 위기 시 중소기업을 위한 '우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전 행장은 "(당시 선제적 증자를 추진했던 건)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은행이라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였다"며 "결과적으로 금융위기 당시 은행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순증액분 중 90%를 기업은행이 홀로 담당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리더로서 지녀야 할 덕목으로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과 책임감, 그리고 조직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 등을 꼽은 것이다.
윤 전 행장은 책 출간 이후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기업은행 고객기반을 넓히는 과정에서 처음엔 조직문화의 벽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면서 "기존 기업 수를 16만개에서 20만개로 늘리는 과정은 기업은행의 리스크관리 등을 고려할 때 행장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또한 윤 전 행장은 정부와 은행 조직의 장점을 결합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 책에서 서술한다. 2009년 기업은행이 지향할 금융서비스 방향으로 '스마트 서비스'를 제시한 것과 2010년 고객 행복을 은행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것 등 조직문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는 "국익을 추구하는 독점적 기관인 정부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움직이는 사기업인 은행의 특성을 잘 결합한 조직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과거 추천사에서 "한 조직의 수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서 실제 경험하고 느낀 것을 담담히 기록했다"며 "현재의 리더는 물론 차세대 리더에게도 유익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윤 전 행장은 재무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서 30년 간 공직생활을 한 뒤 2007년 기업은행장을 맡았다. 이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외환은행장을 역임한 뒤 현재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을 맡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