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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통을 본다] 불황이 바꾼 日백화점 트렌드

기사입력 : 2016년11월21일 15:04

최종수정 : 2016년11월21일 15:51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고 특화하라"
노인층·여성 만을 위한 특화 전략

[도쿄(일본)=뉴스핌 강필성·전지현 기자] 오전 10시 일본 도쿄 니혼바시역. 지하철에서 이어지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입구에는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일찌감치 모여 있었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영업시간을 앞두고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젊은 세대와 주부가 대부분인 국내의 풍경과는 달리 이들은 대부분 백발의 중장년층이다. 지팡이 없이 걷기 힘들어 보이는 고령의 고객도 드물지 않게 보였다.

친구와 함께 백화점을 방문했다고 하는 미야데라 히데코(72) 씨는 이렇게 말했다.
“수십 년간 일요일에는 꼭 백화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먹거리가 너무 맛있어요. 생활제품을 계절에 따라 바꿔주니 항상 방문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1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다카시마야 백화점 니혼바시점의 주말은 이렇게 시작됐다.

나카시마야 니혼바시점. <사진=강필성 기자>

◆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일본 백화점

니혼바시는 도쿄에서 니혼바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이름이자, 이 다리를 중심으로 발달한 상업지구의 지명이다. 일본은행 본점과 도쿄증권거래소가 위치한 금융가이면서 다카시마야 백화점, 미츠코시 백화점이 자리한 전통적 쇼핑거리이기도 하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500m 정도 떨어진 미츠코시 백화점 니혼바시점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미츠코시 백화점은 아예 엘리베이터 내에 노인들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좌석과 응급 상황에 누를 수 있는 벨이 붙어 있을 정도다.

이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은 바로 노년층이다. 때문에 상품 구성도 국내의 백화점과는 크게 다르다.

다카시마야와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는 양과자와 전통과자, 화과자, 도시락 등 주로 노년층이 선호하는 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다카시마야에는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여성복보다 연령이 높은 숙녀복이 2개 층을 차지하고 있고 리빙용품을 판매하는 8층에는 일본 전통복인 기모노를 판매하는 매장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미츠코시는 신관과 구관에서 숙녀복 매장이 6개 층을 차지한다. 여기에도 기모노와 잡화점이 포함돼 있다. 두 백화점에서 남성복 코너는 여성복과 층을 함께 쓰는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백화점에서 귀금속 매장은 점차 줄여가는 추세인데, 니혼바시의 백화점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라며 “그만큼 실버 세대의 구매력이 높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노년층이 주로 찾다 보니 백화점 내 응대 서비스도 단순 ‘판매원’에 그치지 않는다. 일례로 이날 찾은 미츠코시 백화점의 한 숙녀복 브랜드 매장에서는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종업원과 20분 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자녀와 손자에 대한 소소한 가정사를 이야기하는 중이었고, 종업원은 밝은 미소로 친절한 말 상대가 돼주고 있었다.

노인들에게 백화점은 쇼핑을 떠나 그야말로 출석 도장을 찍듯 가는 ‘놀이터’에 가까웠다. 두 백화점은 먹거리부터 옷차림, 취미 등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노년의 삶에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니혼바시에 위치한 두 백화점의 모습은 일본 유통채널 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 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5%를 넘어섰다. 급격하게 늘어난 노년층은 일본 내 금융자산의 60%를 보유해 소비를 주도하는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일본 정부의 발표자료를 보면, 전체 가계소비 중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5%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 50%에 육박했다. 일본 도쿄의 가장 전통적인 번화가 니혼바시에 위치한 두 백화점이 노년층을 주요 고객군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 장기 불황 + 초고령사회 진입 앞둔 한국

일본 백화점 업체들이 처음부터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일본 백화점에 최근 10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본 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06년 77억엔(약 85조원)에 달했던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62억엔(68조원)으로 20.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277개에 달했던 일본 내 전체 백화점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40개로 줄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저성장, 저소비 기조는 백화점의 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2010년 일본 도쿄 번화가의 대명사인 긴자 초입에 자리한 세이부 백화점의 폐점은 당시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 이후 소고 백화점은 도쿄 하치오지점을, 미츠코시 백화점은 신주쿠점 등 주요 상권의 점포를 폐점했다. 백화점의 위기가 일부 지방, 일부 점포에 그치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일본 백화점 업계가 선택한 활로는 바로 연합이었다. 2007년 백화점 업계 3위인 다이마루는 8위인 미츠자카야와 지주사 J후론트리테일링을 설립하며 통합했다. 같은 해 한큐 백화점은 한신 백화점과 합병, H2O리테일링을 설립한다. 이듬해 4위 이세탄과 5위 미츠코시가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를 통해 병합됐고, 2011년 말 다카시마야가 H2O리테일링과 통합된다. 최근 10년 동안 일본 굴지의 백화점은 이런 통폐합을 거쳐 현재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이는 장기 저성장의 초입에 서 있는 국내 유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소비의 척도인 백화점 특성상 저성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백화점은 지난 2014년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접어든 이후 2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저성장 기조가 단기간 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2.7%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를 기록했던 앞선 5년보다 낮은 2%대로 전망했다.

또 국내 노년층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2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일본이 겪은 문제를 우리가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저성장과 초고령사회에서 일본 유통업계가 찾은 해법이 국내 유통시장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 우리는 어디까지 닮아갈까

물론 국내에서 노년층이 단기간 내 주요 소비자로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우리 사회 특성상, 그들의 소비가 유통업계의 주축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통업체들이 일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이 지금까지 우리 유통시장의 청사진 역할을 해왔기 때문. 업계에서는 일본의 유통시장이 우리 시장보다 10년 앞서 있다고 표현하곤 한다.

국내 유통업계는 과연 앞으로 얼마나 일본과 닮아가고, 얼마나 변신할까. 일본이라는 이정표를 놓고 국내 유통업계의 고민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전동환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명예교수 겸 한국미래관광연구원 원장은 “앞으로 국내 백화점은 일본처럼 특화된 서비스와 세분화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전지현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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