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송주오, 김승동, 이지현 기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전 금융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우려로 ‘워치콘(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다. 외환거래가 많은 은행권은 외화유동성 비상점검을 하고 있고 해외투자가 많은 보험사들은 채권투자 비중 조정 검토 중이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9일 오후 시중은행 외환담당 부행장 및 외국은행 지점 관계자들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는다. 김영기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금융당국 회의에서 은행의 외화유동성 관리를 요청한 데다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고려해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들도 비상 상황이다.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상황을 금융위와 금감원에 매일 보고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사 중 외환거래가 가장 많은 KEB하나은행 외환 트레이딩본부, 자금운용본부, 파생상품본부 등 외환담당자들은 이날 점심을 거른 채 시장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비상조치 등 시나리오 별 대응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국내증시가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오후 2시 50분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7% - 4.1% 대의 하락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금융권 분위기는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팀장은 “초기에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되겠지만 정치 이벤트이므로 단기간 내에 회복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마찰이 빚어지면 국내 통상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보험, 카드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사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자산운용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 연구위원은 “채권 투자 비중이 큰 보험사들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더 높아져 채권 투자 비중을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보험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 실장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줄어들게 돼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한 확정고금리 상품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캐피탈 등 여신업계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여전업계의 경우 외화조달비중이 10%가량으로 낮은 편이고, 그마저도 모두 환헤지를 해놨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만 “중장기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위험이 있지만 이전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영향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통계적으로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