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MBC 스페셜' 요즘 중년들 '진짜 공부 중독'…시험 대비용 암기 아닌 '진짜 공부' 하는 어른들
[뉴스핌=양진영 기자] 'PD수첩' 724회에서 우리 나라를 뒤덮은 '공부 중독'의 현실을 알아본다.
7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는 입시공부, 취업공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관성처럼 불행한 공부 해왔지만 새로이 공부를 시작한 어른들을 찾아간다. 이들은 수학, 과학, 철학 등 전공과 관계없이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심지어 이들은 고3때보다 더 열심히, 더 재밌게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공부라는 단어를 들으면 학교를 떠올리게 되고, 이는 곧 시험과 연결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암기교육. 주어진 범위를 머릿속에 완전히 집어넣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가장 뛰어나다는 식의 줄 세우기 교육이다. 내가 좋아서 선택하는 공부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학창시절의 공부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역효과를 부르기 십상이다.
과거 어른들에게 ‘공부’는 가난을 이겨내고 출세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명문대, 석사 스펙을 가져도 취직을 못하고, 하급 공무원 채용에 목매는 안타까운 젊은이들의 뉴스가 지겹도록 들려온다. 공자는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 했다. 과연 즐거운 공부란 무엇일까?
# 어른들의 공부 열풍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가 논다)은 우리 사회의 ‘인문계 기피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신조어다. 또 사회과학이나 기초학문 등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이 폐지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안에서 외면 받는 교육 과목들이 학교 밖 어른들에게 새로운 ‘공부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성별, 직업, 나이도 모두 다른 각계각층의 사람들.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우주 과학, 뇌 과학 등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까지 척척 풀어낸다. 바로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회원들이다. 대학생, 직장인, 은퇴자, 심지어 전업주부 까지. 이들은 모두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로 자연 과학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다. 누구도 등을 떠밀지 않지만 밤을 새서 공부하고, 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발표를 준비한다. 이렇게 모인 회원 수는 벌써 6,000명을 넘어섰다.
40세 한의사 지승재 씨는 “어려워요. 어려운데 그게 이해 됐을 때 그 짜릿함이란. 이건 정말 그 공부를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청도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김형표 씨 부부.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도 빠짐없이 팟캐스트를 듣는다. 철학 같은 어려운 내용을 들을 때는 두 번, 세 번 같은 방송을 다시 들을 정도로 지적인 욕심도 크다. 주변 사람들은 돈도 안 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부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모르는 것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 아마추어 지식인 부부의 큰 즐거움이다.
청도 농사꾼 김형표 씨 부부는 “제가 딸들한테 얘기한 적 있어요. 아빠는 돈 많고 잘 생기고, 이런 건 절대 안 부러운데 아빠보다 지식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고요"라면서 웃었다.
과거 지식은 지배 계급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공부의 수단이 많이 늘어났다. 구청,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교양강좌부터 6000개가 넘는 팟캐스트, 무료 인터넷 강의, 스터디 모임 등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배움의 대중화로 인해 공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이 되었다. 이는 사회 전체 지혜의 상승을 의미한다.
# 공부로 인생 2막을 연 중년들
좋은 대학을 나와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증권맨 김승호 씨. 남부러울 것 없이 승승장구하며 살아왔던 그에게 어느 날 제동이 걸렸다. 퇴직 후 인간관계가 고립된 회사 선배들을 보며 불현 듯 삶의 공허함과 함께 우울증이 찾아온 것이다. 원천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던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바로 공부. 독서 공부를 통해 비어있던 그의 삶을 다시 채워 넣기 시작했다.
49세 직장인 김승호 씨는 “그냥 이렇게 사그라질 것 같은 생각이 불현 듯 들어가지고 그때 우울증 같은 게 왔었어요"라고 말했다.
위에서는 누르고 아래서는 올라오는 중간에 낀 세대 중년. 그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어린 시절에도 안 좋아했던 공부를 뒤늦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요즘 도서관들마다 취업준비생, 고시생들이 중년들과 자리 경쟁이 치열하단다. 아무리 공부에 때가 없다지만, 자격도 돈도 안 되는데 왜 어린 시절에도 좋아하지 않았던 공부를 뒤늦게 시작하는 것일까? 인생 2막에 찾아온 공부! 과연 중년들에게 공부의 의미란?
# 뇌순남 육중완, 공부에 도전하다
뇌가 순수한 남자 육중완이 MBC 스페셜 ‘공부 중독’의 프리젠터로 나섰다. 38년 동안 단 한 번 공부해본 적 없음.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만화 럭키짱. 인생 최고의 등 수는 반에서 32등! 이랬던 육중완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육중완은 지난 2달 동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틈틈이 책을 읽고, 독서토론모임에 나가 유창하게 말을 하는 모습에 장미여관의 멤버들도 놀라워했다는 후문.
작가 유시민은 “토끼가 살아가는 데는 세 평만 있으면 된데요. 근데 그 세 평짜리 풀밭에서 살아가지 못하는 토끼도 있어요. 내가 살아가는데 얼마만큼의 들판이 필요한지 내 자신도 모르기 때문에 평생 동안 공부해야 되는 거예요"라고 조언했다.
젊음은 영원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은 청춘이라고 하지만 인간은 필연적으로 나이를 먹는다. 어린아이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청소년기를 거쳐야만 성인으로 성숙하듯이 우리는 중년을 거치면서 다시 한 번 성숙해진다. 사소하고 우연한 계기에, 힘들고 단조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공부는 그들의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에 어른들의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7일 밤 11시 방송되는 MBC 스페셜 '공부 중독'에서는 진짜 공부와 늦바람난 어른들을 만나본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