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회복 없이 물가만 가파르게 뛴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든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기존의 극심한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물가가 가파르게 뛰는 형태의 경기 불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무게 중심을 재정 확대로 이전,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통화 및 재정 팽창을 꾀하는 과정에 성장 없이 물가만 올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른바 압박 경제의 필요성을 언급,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할 뜻을 내비친 가운데 제기된 주장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가 리플레이션 여건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의도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 역시 같은 주장을 제시했다. 미국 경제가 217년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서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증권의 하락 베팅으로 고수익률을 올린 그는 내년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임금과 주택 임대료까지 인플레이션이 전방위로 오르는 반면 성장률은 바닥권을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 삭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우려했던 투자자들은 지난 7월 이후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기 부양을 도모하는 통화 및 재정 팽창을 의미하는 리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에 빠졌다.
주식시장에 훈풍을 몰고 온 것도 이 같은 투자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진단이다.
문제는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밸류에이션과 저조한 기업 이익 증가 등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과 리플레이션 여건 사이에서 아찔한 곡예를 펼칠 것”이라며 “투자 심리의 개선과 달리 주가는 박스권에서 지루한 횡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 역시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상당 기간 바닥권에 머물 여지가 높은 만큼 리플레이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의 하강 리스크를 감안할 때 특히 유럽 주식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도이체방크는 주장했다.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와 영국의 EU 탈퇴 등 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확실성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골드만 삭스는 이 밖에 상품 시장의 하락 반전이 또 한 차례 기업 이익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