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부산=장주연 기자] 배우 이병헌이 부산 영화 팬들을 찾았다.
이병헌은 7일 오후 부산시 우동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 참석, 최근 선보인 세 편의 영화 ‘내부자들’ ‘밀정’ ‘매그니피센트7’부터 배우 이병헌, 그리고 아들 이병헌, 아버지 이병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병헌의 오픈 토크는 개막식 전날 부산 일대를 휩쓴 태풍 차바의 여파로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되는 것은 물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라는 악조건을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에도 불구, 현장에는 이병헌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랜 시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 명 한 명 악수를 건네며 등장한 이병헌은 남다른 팬서비스로 원조 한류스타의 위엄을 과시했다. 특히 즉석에서 “우리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할까”라는 ‘내부자들’ 명대사를 건네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병헌은 이 명대사를 만든 ‘내부자들’ 안상구 캐릭터를 놓고 “‘달콤한 인생’이 주관적인 복수를 향해 치닫는 영화였다면 안상구의 복수는 모두를 위한, 공공의 적을 처단하기 위한 복수였다. 그래서 더 친근한 느낌의 캐릭터로 만들어 가려고 했다. 친근하면서도 허술하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그런 복수를 했을 때 오게 되는 통쾌함이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밀정’과 ‘매그니피센트7’ 속 캐릭터에 대해서는 “‘매그니피센트7’은 리메이크 작품이다. 이미 같은 역할을 선배가 훌륭하게 연기했기에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고 자료가 있는 거라 좋은 지침서가 됐다. ‘밀정’은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이 역시 실존 인물의 발자취와 자료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지침서가 됐다. 하지만 지침서를 따르기보다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색깔을 가지고서 해보자는 생각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최근작 캐릭터가 유난히 남성적이라는 평에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라고 답했다. 이병헌은 “범죄 영화가 많아지는 건 그런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멜로물이든 휴먼드라마든 코미디든 모든 장르가 아주 다양하게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순간 영화들을 보면 반 이상은 범죄, 스릴러, 현실을 반영한 비리 영화가 많이 나오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저도 인간을 다루는 휴먼 드라마나 따뜻한 이야기, 혹은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많이 나오는 시절이 오길 바란다. ‘번지 점프를 하다’나 ‘내 마음의 풍금’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개봉을 앞둔 ‘싱글라이더’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굳이 따지자면 ‘싱글라이더’가 그런 정서가 있는 가슴 아린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이병헌 하면 빠질 수 없는 할리우드 진출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내가 배우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내 영화를,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측면이 도전하게 된다는 건 대외적인 대답”이라고 운을 뗀 이병헌은 조심스럽게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병헌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자 원동력이 바로 17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라는 것.
이병헌은 “아버지가 대단한 영화광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제게 정말 많은 영화를 보여줬다. 그런 분이 지금 제가 걸어오고 경험한 것들을 아신다면 자랑스러워 할 거다. 그걸 생각하면 저는 정말 짜릿하다. 제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람을 앞에 두고 하는 일이지만, 이상하게 전 아버지를 위해서 하는 마음이 크다. 자꾸만 부딪히고 새로운 곳으로 발걸음을 가게끔 하는 힘이 아닐까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예상치 못한 아버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화두는 아들 준우. 지난 2013년 배우 이민정과 결혼한 이병헌은 2015년 3월 아들 준후 군을 품에 안았다. 이병헌은 “(아들이)아직 너무 어려서 영화를 보여주려면 굉장히 제한된 게 많을 거다. TV를 봐도 5분을 집중하지 못하니까 영화관 데려가서 보여주는 건 꿈도 못꿀 일이다. 만약 아들에게 영화를 보여준다면 첫 번째로 보여줘야 할 영화는 ‘악마를 보았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이병헌은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아이가 영화가 뭔지 알고 영화 속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거의 틈만 나면 (아들을 극장에) 데려갈 거 같다. 우리 아버지가 저한테 그랬던 거처럼 똑같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배우 이병헌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나를 객관적으로 볼 힘이 아직은 없다. 출연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온전하게 스토리나 캐릭터 자체로 볼 수가 없다. 자꾸 내가 보이는데 어쩔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저 때는 왜 저렇게 어설펐지, 저것보다 이런 연기가 괜찮지 않았을까’라며 후회한다. 한 신 한 신 충실했지만, 미흡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매 작품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이병헌은 충무로 대표 ‘믿고 보는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병헌은 “굉장히 너무 기분 좋은 말이다. 배우에게 그만큼 커다란 선물처럼 다가오는 말은 없다. 배우로서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다만 그 말을 들으면 그렇게 얼마나 오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주 오랫동안 듣고 싶은 말이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어려운 바람”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배우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자유로워지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정말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훌륭한 아티스트들을 보면 그 안에 10살짜리 아이가 있다. 어렸을 때 하던 생각과 마음을 자꾸만 지우려고 하지 말고 더 찾으려고 노력하면 좋을 거 같다. 저도 그러겠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부산=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