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경영공백 생길라 '노심초사'
[뉴스핌=함지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함에 따라 지난 3개월간 대대적으로 이뤄져 온 롯데그룹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조사후 검찰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그동안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인해 어수선했던 롯데그룹 내부 분위기가 정상화 될지, 아니면 심각한 경영공백 상태에 빠지게 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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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받은 신 회장은 20일 오전 검은색 정장과 곤색 넥타이를 메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조만간 구속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부터 약 3개월간 진행돼 온 수사가 일단락되는 수순이다.
검찰은 지난 6월 롯데그룹 압수수색에 약 240명을 투입할 정도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롯데가 검찰의 표적이 된 것은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후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편법증여를 통해 증여세 수천억원을 탈루한 정황이나 신 회장의 20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을 제기했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신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비자금과 관련한 실체는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신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에서는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재계 오너의 재판이 대부분 상고심까지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에서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신 회장의 대체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현재 롯데그룹은 대대적인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오너 일가가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일부 구속됐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2인자로 불리며 신 회장 부재시 거의 유일하게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갈 인물로 꼽혀온 고(故)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역시 이번 수사에 엮여있다.
즉, 신 회장이 거의 유일하게 롯데그룹의 '키'를 잡고 있는 셈이다. 만약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상당한 경영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구속 등으로 인해 경영 공백 상태가 계속된다면 내년 투자 및 고용 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또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 공백 상태를 이용해 경영권 분쟁을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일본은 만약 경영진이 비리 행위로 구속되면 바로 문제가 된 경영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거나 쇄신안을 발표하는 문화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비춰보면 신 회장이 그동안 아무리 경영권 방어를 잘 해왔다하더라도 구속 된다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는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사실상 롯데그룹을 이끌어 갈 사람이 아무도 없는 꼴이 될 것이라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롯데가 일본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일"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