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베트남서 대대적인 프로모션...현지 매출 가파른 상승세
[하노이(베트남)/뉴스핌=전지현 기자] 국내 라면시장에서 ‘3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팔도와 삼양식품이 베트남 지역에서도 열띤 마케팅 전쟁을 펼쳐 눈길을 끈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올해 국내 라면시장에서 삼양식품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랐다. 삼양식품은 한때 '라면의 원조'로 불리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렸지만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을 겪으며 현재 팔도에 이어 4위다.
국내에서 3위 각축전을 벌이는 양사는 세계 라면시장 규모 4위인 베트남에서도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지역 이온(AEON) 대형마트 매장에서는 팔도의 해외라면 브랜드 '코레노'가 라면 매대를 가득 차지하며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도 팔도 인근 매대에서 프로모션 제품을 대거 진열해 놨다.
이들의 이같은 베트남 프로모션은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반면, 베트남 현지에서는 매출 상승이라는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00%지분을 투자해 별도 법인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한 팔도는 이곳에서 지난해 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4년 45억원 매출에 비해 무려 42%나 오른 것이다. 올해 매출액은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베트남 현지의 매장 관계자는 전했다.
팔도는 특정 제품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 ‘한국라면’이라는 의미의 해외브랜드 ‘코레노(KORENO)'를 통해 다양한 종류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부터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린 팔도는 베트남 현지에서 라면 위주로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삼양식품도 베트남 지역에서 약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1~8월) 누계 매출액은 9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5억5000만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회사측은 올 하반기 실적 역시 전년 실적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최근 베트남 시장에서 밀고 있는 제품은 ‘불닭볶음면’이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지난 2012년 4월 출시 후 연매출 1000억원을 올릴 정도의 ‘효자상품’이다. 출시 첫해 월평균 20% 이상 성장하며 국내 라면 시장에 일대 파란을 모았다. 매운 맛을 선호하는 베트남인들의 입맛에도 적중하며 베트남 시장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하노이 지역 AEON 대형마트 매장에 삼양식품과 팔도라면 판매대가 놓여있다. 전지현 기자> |
업계는 두 업체의 이같은 베트남 시장 마케팅 강화를 두고 올해 국내 라면시장 지각변동이 주효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라면시장은 1위 농심이 주춤한 사이 2위 오뚜기가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50% 넘는 매출 신장률로 시장 점유율 차이를 좁혔고, 4위 팔도는 삼양식품의 부진을 틈타 3위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라면업체 4사의 시장점유율은 농심 53.8%, 오뚜기 23.7%, 팔도 11.5%, 삼양식품 11%로 나타났다. 한때, ‘삼양라면’으로 농심과 ‘양대산맥’을 이뤘던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11.5%로 팔도 8.8%에 비해 약 3% 높았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최근 시장 변화를 간파하지 못한 신제품 출시로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올해 팔도에게 3위자리마저 내주는 굴욕을 경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3위를 놓고 각축전을 펼치는 두 업체는 베트남 국민이 한국에 이어 라면을 많이 먹는다는 점에 착안, 이 시장 공략에 두 팔을 걷어붙인 것.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인스턴트 라면소비량은 4800억개로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소비량이 4210억개로 6위인 것을 감안하면 2단계나 높다.
문제는 가격이다. 베트남에서 한국 수입 라면은 현지 라면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팔도 '코레노' 제품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각각 1만2000동(630원)과 2만4500동(1232원)에 팔리고 있었다.
베트남 현지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봉지라면을 기준, 한국 라면 중량은 120g을 넘지만 베트남 현지 라면 중량은 그 절반 수준인 60~65g에 평균 3000~5000동(170원~250원)이다. 한국라면은 가격대가 2만동(1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라며 "베트남 국민들은 수입산 라면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주로 고소득층이 구입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