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정부가 택지공급에서부터 분양시장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주택 공급 ‘옥죄기’에 나서자 지방 부동산 시장과 중견건설사가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달리 미분양이 많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적지 않다. 집단대출 규제는 이들 지방 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또 정비사업이나 해외사업 등 사업 다각화가 어려운 중견건설사들은 택지공급 축소로 인해 ‘집 짓기’가 어려워지면 먹거리 마련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민간분양시장에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25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날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향’에 대해 부동산전문가들은 특히 지방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PF대출보증을 받기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자금력이 충분한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보다는 사업성이 낮은 지방 사업장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미분양이 많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 인허가 물량을 줄이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형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해외사업이라는 사업 아이템이 있지만 주택 사업에 매진하는 중견건설사들이 먹거리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적용되는 분양보증 예비심사 도입에 대해서는 정부 산하기관이 과도하게 민간시장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 따라 오는 9월 1일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주택 사업장은 주택건설 사업계획을 승인받아야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게 돼서다. 지금은 사업계획승인 전 PF대출보증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미분양 관리지역에 주택 공급 목적으로 땅을 사려는 사업자는 택지매입 전 HUG의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예비심사를 받지 않으면 분양보증 본심사를 받을 수 없다. 사업성, 사업수행 능력, 사업여건 등을 살핀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HUG가 예비심사를 마련해 이를 받지 않으면 보증을 거절하겠다는 것은 민간사업을 공기업이 과도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이미 개포주공3단지 사례에서 보듯 보증을 독점하고 있는 HUG에 대한 민간의 반발이 우려되며 보증독점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1일 입주자모집 공고분부터 시행되는 중도금대출(집단대출) 보증 요건 강화에 대해 분양권 전매시장이 위축되고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HUG와 주금공은 대출금액의 90%만 보증한다. 나머지 10%는 은행이 위험(리스크)을 분담하도록 해 대출을 억제토록 유도한다는 의미다. 보증건수도 HUG와 주금공 통합 4건에서 2건으로 줄어든다.
허윤경 위원은 “보증 건수를 축소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분양권 전매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또한 집단대출의 90%만 보증하게 되면서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넘어갈 가능성이 커져 이자율이 올라 실수요자들은 이자 부담이 늘게 되고 건설사들은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료=국토교통부> |
근본적으로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여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방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LH는 올해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특히 분양주택 용지를 크게 줄이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공급량을 더 줄일 방침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부의 공급 옥죄기는 ‘집을 많이 지으면 대출을 많이 받는다’라는 논리로 보이는데 이러한 논리에 의구심이 든다”며 “공공택지는 장기적, 안정적으로 집을 얼마나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에 따라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데 순간 주택공급이 늘었다고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택지 공급을 단숨에 줄이는 것은 정책의 시차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부동산 시장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 직접적으로 주택시장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빠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주택 수요자들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본다”며 “다만 앞으로도 주택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시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