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규 자금 유입액 85% 급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 필수 금융상품으로 통했던 상장지수펀드(ETF)가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신규 자금 유입이 급감한 것.
주요 자산시장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성장 둔화를 감안할 때 보수적 투자 상품의 대표격인 ETF의 인기가 크게 꺾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1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ETFG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형 ETF의 자금 순유입 규모가 150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20억달러의 자금이 홍수를 이룬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결과다. 신규 자금의 감소 폭은 무려 85%에 달했다.
지난 1월과 2월 중국발 금융시장 대혼란에 시장 변동성이 큰 폭으로 뛴 데 이어 2분기로 접어들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에 충격을 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6월23일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로 인해 전세계 증시에서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하면서 ETF 투자 수요가 크게 꺾였다는 분석이다.
틸니 베스트인베스트의 벤 시저 스콧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연초 중국 자본 유출부터 최근 브렉시트까지 메이저급 변수가 증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면서 ETF 투자 수요에 흠집을 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ETF 상품이 커다란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 관련 ETF에서 25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 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8억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이 밀려든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도 유로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최근 이탈리아 은행권 부실 여신 문제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식 ETF로는 상반기 12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4억달러에서 96% 급감한 수치다.
반면 이머징마켓과 북미 지역에 투자하는 ETF로는 뭉칫돈이 밀려들었다. 올해 상반기 말 관련 ETF의 총 자산은 3조2000억달러로 늘어났다. 채권 관련 상품이 커다란 인기몰이를 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한편 ETF의 자금 유입이 대폭 줄어들면서 관련 자산운용사에 대한 주가 하락 베팅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상장된 ETF 전문 자산운용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위즈덤트리가 관련 업계에서 하락 베팅 1위로 등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현금을 포함해 ETF보다 안전한 투자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