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이면 안드로이드ㆍ아이폰으로 가상현실 체험 가능..콘텐츠도 다양
[뉴스핌=이수경 기자] 5000원만 있으면 삼성 기어VR이나 오큘러스 부럽지 않은 가상현실을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종이로 만들 수 있는 가상현실(VR) 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덕분이다.
구글 카드보드는 두꺼운 종이(카드보드)와 렌즈로 이뤄진 조립식 기기로, 10달러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만들 수 있는 HMD다. 구글은 지난 2015년 4월 '워크 위드 구글 카드보드'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VR기기의 대중화와 콘텐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구글이 내놓은 조립식 HMD 구글 카드보드.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면 1~2분내로 손쉽게 조립할 수 있다.<사진=이수경 기자> |
2년 전 1만2000원이던 구글 카드보드 가격은 현재 택배비를 포함 5000원으로 내렸다. 구글 카드보드 홈페이지에 공개된 도면을 내려받으면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제작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네이버에 '구글 카드보드’를 검색하고 적당한 것을 구매하면 된다.
마침 지난 3일 구글이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한 행사에서 구글 카드보드를 선물 받았다. 가상체험 학습을 위한 교육용 도구인 구글 익스피디션에 추가된 남한산성 가상현실 투어를 직접 체험해보라는 의미였다. 아쉽게도 구글 안드로이드나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이 있어야 이용 가능한 서비스로, 아직 한국에서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대신 구글 카드보드에서도 즐길 수 있는 사이드바이사이드(Side by Side) 콘텐츠를 즐겨봤다. 사이드바이사이드는 좌우가 나뉜 영상을 의미한다.
Vrse 앱은 구글 카드보드를 이용해 VR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Vrse> |
조립설명서대로 구글 카드보드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카드보드(Cardboard) 앱이나 VR 앱을 내려받으면 바로 VR을 체험할 수 있다.
유튜브 앱에서는 'side by side'를 검색해서 표시된 콘텐츠를 보면 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있으면 카드보드 외부에 탑재된 마그네틱버튼으로 메뉴 호출 및 재생, 일시정지도 가능하다.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쓰고 구글 카드보드를 동시에 들여다보면 3D 영화관에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구글 스트리트 뷰의 360도 파노라마 사진이다. 카드보드 뷰어로 변환하면 특정 지역의 자연경관을 온 몸으로 즐길 수 있다. 2D 평판 사진과는 달리 360도 각도로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 고화질 콘텐츠만 확보된다면 북극의 오로라 영상이나 알프스 산맥의 설원 풍경도 생생하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아이폰으로도 VR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구글에서 만든 HMD인 만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VR 콘텐츠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폰에서도 이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맛보기' 체험을 하기에 5000원은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물론 '값싼 비지떡’이라는 느낌을 지우기에는 부족했다. 기본적으로 구글 카드보드에는 머리에 고정할 수 있는 밴드가 없다. VR 체험 내내 구글 카드보드를 두 손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터치 조작을 위해 구글 카드보드 재조립을 반복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실제로 체험해본 삼성 VR에는 스마트폰의 외부 조작을 용이하게 해주는 버튼이 장착돼 있어서 한결 조작이 편리했다.
VR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도 약점이다. 어떤 이들은 VR 체험을 '매직아이’와도 비교한다.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오래 착용할수록 어지럼증은 배가 된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화질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사진보다는 영상 쪽 그래픽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도 다소 든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등 가상현실 투어를 통한 교육 효과 극대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카드보드를 사용해 남한산성을 익스피디션으로 즐기는 모습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가상보다는 진짜현실에 대한 몰입감을 더 갖춰야 할 때다.
[뉴스핌 Newspim] 이수경 기자 (soph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