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외환시장 개입 제한해라"
[뉴스핌=허정인 기자] 미국이 환율 조작과 관련해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우려했던 '환율조작국'은 피했지만 외환당국의 환율 관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 <사진=블룸버그통신> |
미국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200억 달러를 넘겼고 더불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보다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선정 기준으로 ▲대미 무역 흑자 규모 200억달러 이상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이상 ▲자국 통화 약세 유도를 들고 있다. 이 모든 것에 해당될 시 환율조작국, 즉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된다.
전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283억 달러를 기록했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7%로 상승했다. 미국이 제시한 각각 200억 달러, 3%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다만 마지막 기준인 일방향 원화약세 개입은 드러나지 않아 환율조작국의 오명은 피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원화 절상 및 절하를 모두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260억 달러 매도 개입이 추정된다면서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무질서한 시장환경 발생시로 제한하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다소 억울한 입장이다. 원화 약세가 충분한 경상수지 흑자요인이긴 하지만 전년도 무역 흑자나 경상수지 흑자는 국제유가 급락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액이 수출액 보다 크게 감소해 나타난 불황형 흑자이기도 했다.
외환당국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 환율보고서는 올해 10월에 또 발표된다. 미국 측이 '금융안정을 위한 개입'임을 인정하긴 했지만, 강한 어조로 외환정책의 투명성 등을 지적한 만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칼을 뽑아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을 관리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환율보고서와 관련해 "한국의 환율정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심층대상국에서 빠졌기 때문에 기본 정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한국이 관찰대상국에는 포함됐지만 이는 미국 재무부가 항상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4월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다섯 국가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