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정책과 투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와
건설산업이 국내 주택경기 부진과 해외 수주 저조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새로운 건설환경에 맞는 경쟁력과 내실을 갖춰야할 때입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강조되고 있는 안전, 그 가운데 건설안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온라인 종합경제지 뉴스핌은 건설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건설안전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책 당국의 경각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건설안전은 건설업계의 내실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아 위기에 놓인 한국건설의 새로운 지향점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뉴스핌=최주은 기자] #지난 2014년 8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에서 싱크홀(지반침하)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후 송파구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싱크홀은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게 됐다. 발생 지역마다 원인이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오래된 땅 속 하수관로가 손상되면서 도로가 내려앉은 것으로 지적했다.
# 지난 2010년과 2011년 여름 서울 강남역 일대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로 물바다가 됐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강남지역 침수로 발생한 재산 피해액은 224억원, 복구비용은 832억원, 이재민은 1만3000명에 달했다.
# 올해 1월 통행이 전면 금지된 서울역 고가는 안전문제로 최종 폐쇄됐다. 지난 1970년 세워진 서울역 고가도로는 바닥판 노후화로 2000년 13t 이상 차량의 통행이 제한됐고, 2006년에는 안전진단 이후 철거가 결정됐다. 비용 등의 문제로 철거가 연기되다 지난 2013년 고가 철거후 신설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후 서울시는 계획을 뒤집어 고가도로 철거 대신 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서울이 건축시설물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60년대 본격적인 시가지 개발이 시작된 이후 50여년이 지나자 건물, 다리, 옹벽, 도로 등을 가리지 않고 집단적 부실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시설물 노후화와 부실에 따른 사고는 자칫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때처럼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서울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노후 인프라 안전 관련 정책과 투자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가 지난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 의뢰한 ‘서울시 인프라 시설 실태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와 교량, 지하철, 하수관 등 주요 인프라의 노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선 대형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교량의 경우 서울 358곳 가운데 사용연수 30년 이상된 것은 122개로 전체의 34%다. 노후 교량(30년 이상)은 매년 평균 9개씩 증가해 10년 후인 오는 2025년에는 211개(59%)가 된다. 시내 다리 가운데 절반이 넘는 곳이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시설물이 되는 것이다.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상하수도관의 노후화도 심각한 수준. 서울시 전체 하수관(1만392㎞) 가운데 48.3%인 5023㎞가 설치한지 30년이 넘었다. 50년이 넘은 하수관도 30.5%인 3174㎞에 달한다. 더욱이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은 매년 260㎞씩 늘어나고 있다
상수관 역시 낡아 연간 90만t 이상의 물이 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상수관로는 총연장 2만2062㎞ 가운데 44%인 7054㎞가 설치된지 20년이 넘었다. 25년 이상이 넘은 상수도관은 전체의 27%인 3729㎞에 달한다. 게다가 20년 이상 노후 상수관로는 매년 438㎞씩 증가하고 있다.
노후로 도로가 파손된 것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7만4975건이다. 같은 기간 도로파손이 교통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2173건이다.
지하철도 노후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하철 1∼4호선 총 연장 137.9㎞ 중 20년 이상 된 시설물은 84.5%인 116.5㎞에 달한다. 특히 1∼4호선은 1992년 도시철도 안전기준 제정 이전에 준공돼 재난대피시설, 각종 설비가 현행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전체의 38.6%인 53.2㎞가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노후 시설물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잇단 사고에 따른 안전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건설된지 20년 이상인 자동차 전용도로·하수관로·한강 교량 등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해 정밀 감사를 실시하는 등 ‘6대 도시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또 노후가 심한 고가도로는 철거하는 추세다. 신호 없이 교차로를 위로 지나갈 수 있어 한때 ‘도로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지던 고가도로는 지난 2003년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시작으로 최근 아현·약수·서대문 고가도로에 이르기까지 벌써 17개 고가도로가 사라졌다.
인천시도 50년 이상 노후시설물(옹벽, 터널, 교량 등)과 대형 안전사고 발생 우려 지역에 대한 민관 합동점검을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이달까지 이어지는 점검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시설물에 대한 점검 결과를 관리주체에 통보하고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자는 게 목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안전 프로세스 강화를 위해 최근 안전 점검 인력을 확대하고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내부순환로 통제, 서울역 고가 폐쇄 등은 시민 안전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더이상의 ‘인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땜질 처방에만 그치는 경우가 다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점검 이외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하수관 교체, 교량 철거처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접근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서울시의 시설물 안전 예산이 갈수록 줄어드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시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5522억원인 시설물 안전 예산이 올해는 4684억원, 오는 2017년 4587억원, 2018년 4128억원, 2019년 3841억원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4년새 30.4%나 감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공공 시설물 노후화가 심화돼 더 많은 시설투자가 필요한데도 안전예산 투자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도시 안전의 핵심 요소인 주요 인프라시설 안전에 대한 투자가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인프라 전반에 대한 실태와 개선방향, 재원조달 방안 검토가 선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