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 치고 빠지기로 2분만에 1500종목 하한가
[뉴스핌=백진규 기자] 7일 중국 증시는 개장 29분, 거래시간 14분여만에 서킷브레이커 규정에 따라 조기 폐장했다. 초유의 사태에 정부, 기업, 투자자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타 투기세력이 공매도를 통해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증시 거래종료 후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하 ▲유가하락 ▲8일로 예정되었던 대주주 매도제한 종료 ▲서킷브레이커로 인한 불안심리 등을 주가 폭락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중국증시 거래 종료 1시간만에 ‘지분매도규정’을 발표해 대주주 매도폭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2차 서킷브레이커 발동 원인으로 공매도 투기세력을 지목했다.
중국 서킷브레이커 이미지 <이미지=바이두(百度)> |
실제로 이날 종목별 주가변동을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현지시각 9시 30분 개장 후 43분까지 CSI300(상하이 선전 대형주 300종목) 지수가 5.06% 하락하면서 1차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12분간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총 261개. 서킷브레이커 규정에 따라 15분간 거래가 중단됐고 9시 57분에 거래가 재개됐다.
이때부터 2분간의 ‘매직’타임이 시작된다. 59분 폐장까지 단 2분만에 하한가 종목이 1515개 늘어나 총 1754개를 기록한 것. 반면에 이날 상한가 종목은 9시 43분 1차 서킷브레이커 때에도 27개, 9시 59분 폐장시에도 27개에 그쳤다.
한 투자전문가는 “중국 증시에만 있는 기막힌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그 과정을 설명했다. 대형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보이면 일부 작전 세력들이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 서킷브레이커를 유도한다는 것. CSI300지수 ±5%라는 규정 폭이 너무 작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해서 1차 서킷브레이커만 발동하면 그 다음은 더 간단하다. 전에 없던 서킷브레이커에 위축된 투자자들이 사태를 관망하면서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다시 한번 공매도로 가격 하락을 유도하면 증시가 추가로 2% 하락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 만큼 쉽다. 2분만에 하한가 종목이 1500개 이상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일단 일차적으로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챙긴다.
하지만 공매도로 하락한 주식은 금방 반등하게 돼있다. 투기세력은 2, 3일 기회를 엿보다 시장이 정상을 찾아갈 때 다시 대규모로 정상적인 매수주문을 넣고 돈방석 위에 앉을 것이란 설명이다. 순진한 개미 투자자들만 돈을 잃는 구조다.
현재 다수의 중국 기관과 투자자들은 조기폐장 사태가 계속되기 전에 서킷브레이커 변동폭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5%였던 제한폭을 30%로 변경하면서 주가 급등락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