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형제 내놓을 당근에 관심...호텔롯데 IPO 격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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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롯데그룹을 둘러싼 ‘왕자의 난’ 2라운드가 시작되면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공방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광윤사 대표)이 롯데홀딩스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두 형제의 분쟁은 다양한 변수를 맞게 됐다.
그 핵심은 바로 롯데홀딩스의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다. 종업원지주회가 기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순간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롯데홀딩스의 독특한 주주 구성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김학선 사진기자> |
15일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는 광윤사가 28.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이어 종업원지주회, 관계사(20.1%), 투자회사 LSI(10.7%),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7.1%), 임원지주회(6.0%)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정작 분쟁의 주역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1.4%, 1.6% 보유했을 뿐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우호지분 확보전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양상만 본다면 유·불리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확고한 과반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최근 이사회에서 최대주주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확보한 만큼 약 30%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게 됐다고 밝힌 상태다.
◆ 캐스팅보트는 종업원지주회의 선택
신동주 전 부회장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종업원지주회를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종업원지주회의 지분 27.8%를 확보하는 순간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주총을 소집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문제와도 직결된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와 그 계열사인 L투자회사가 지분 97% 지분을 보유했고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 기업이다. 즉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재까지 종업원지주회는 신동빈 회장에 대해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는 종업원지주회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다.
종업원지주회는 국내의 우리사주조합과 적잖은 차이가 있다. 롯데홀딩스의 직원들은 과정이 되면 롯데홀딩스의 자사주를 주당 50엔에 사들일 수 있다. 이 자사주는 매년 12%의 배당을 받고 퇴직시 매입가에 자사주를 팔고 나가게 된다. 가장 큰 차이는 의결권이다.
롯데 관련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는 약 120명의 직원으로 구성 돼 있는데,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라며 “4명의 대의원이 산하 직원의 의견을 종합해 이사장에게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이사장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롯데홀딩스에 근무중인 직원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은 지난 14일 광윤사 주총 이후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경영권과 무관하다”고 단정한 바 있다.
다만 신동주 전 부회장 측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직원들에게는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광윤사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보여진 상태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겠나. 어제 주총 이후 내부 직원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초대 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 호텔롯데의 상장 두고 분쟁 예고
재계에서는 이들이 향후 종업원지주회에게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 여부에 시선을 모으는 중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부당함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명분’ 확보에 나선 상태지만 결국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누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발표하고 일본 롯데의 지분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호텔롯데가 상장되고 롯데홀딩스 및 롯데홀딩스의 자회사 L투자회사의 호텔롯데 지분이 매각된다면 상당한 상장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롯데홀딩스가 수조의 상장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종업원지주는 적지 않은 규모의 배당을 챙길 수 있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종업원지주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당근’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신동주 부회장 측도 호텔롯데의 상장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상장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에 대해서는 적잖게 경계하는 분위기다.
민 고문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적극 찬성한다. 중국, 뉴욕증시도 상장해야 된다고 본다”며 “문제는 순환출자구조가 풀리지 않았고 합병 및 분할 얘기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장이후 투자금이 호텔롯데의 발전이 아니라 신동빈 회장 지배력 강화를 쓰인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다”며 “신동빈 회장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신동주 전 부회장 눈에 배임이라면 배임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O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이 과정에서 변화가 예고된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강해지는 상황만은 피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현재 IPO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엄포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우에 따라 IPO 성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호텔롯데의 자산가치 평가 과정에서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중국 투자손실, 잠재 손실 등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각종 소송과 주장과 반박이 이어지는 난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결국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겠다는 방향성을 확정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난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종업원지주의 선택과 기타 우호지분의 거취,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공방 등 변수에 따른 ‘경우의 수’가 부쩍 많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로 인해 이 분쟁은 단기간내 결판이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신동주 부회장 입장에서는 몇 년이 걸리든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순간 판을 뒤집을 수 있고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란과 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