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목함지뢰·포격 도발 인정 및 사과 관건…포괄적 의제 협상중
[뉴스핌=이영태 기자]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24일 새벽까지 사흘째 강행군을 이어가며 합의 도출을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남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지난 22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갖고 있다.<사진제공=통일부/뉴시스> |
양측은 24일 새벽 7시를 넘긴 현재까지 15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을 계속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조율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대표단 홍 장관은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 이날 오전 찰스 랭글 미국 하원의원 접견 일정도 취소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같은 장소에서 고위당국자 접촉을 진행했으나 합의 도출에 이르지 못해 정회 후 재협상에 들어갔다.
회담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는 지난 4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와 지난 20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남북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차례 회담에서 북측은 지뢰 및 포격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남측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남측은 북측의 분명한 도발 인정과 재발방지 및 사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요구하는 대북확성기 철수 문제는 북한의 도발이 근본원인인 만큼 성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남북 분단 이후 북한 스스로 도발을 인정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1968년 김신조 일당의 무장공비 침투사건 외에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1996년 '북한잠수함 동해 침투사건', 2002년 제2연평해전 등에 대해서도 주체가 불분명한 '유감 표명'에 그쳤었다.
북한의 도발 외에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5·24조치 해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 등 한반도 긴장상황을 둘러싼 일련의 현안에서도 책임소재에 대한 남북 간 이견을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새벽 1차 협상 정회를 알리는 남북 합의문을 통해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혀 북한 도발 문제 외에 다양한 남북 간 현안이 논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남북 접촉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정회를 한 것이기 때문에 당초 말씀드린 대로 김관진 실장께서 여러분께 직접 브리핑할 수 없게 된 점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남북 고위급 접촉이 마무리된 후에는 김 실장의 브리핑이 있을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대신 남북관계의 긴장 상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이 이를 받아들이는 수준의 합의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나 봉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남측 대표단의 부담이다.
따라서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현안에 대해서는 일단 추후 회담을 통해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당면한 군사적 긴장을 먼저 해소하는 방식으로 일정한 수준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북이 군사적 행동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22일부터 사실상의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말 동안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며 관련 사항을 실시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