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시 부동산에 활기, 중국판 양적완화 시동 해석도
[뉴스핌=이승환 기자] 수출경기가 둔화하고 7%성장 달성이 쉽지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국이 약 위안화 정책을 펼치고 나서는 등 경기 대응에 절치 부심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제조업 프로젝트와 함께 인민은행이 위안화 고시환율을 높여(위안화 가치 하락) 경기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8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의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8.9% 줄어든 9302억위안을 기록,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5% 감소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로써 지난 1~7월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전년동기 대비 7.3% 감소한 13조63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수출과 수입이 각각 0.9%, 14.64% 감소했다.
유럽 시장의 수요 침체와 위안화 강세 기조가 수출액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동월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컴퓨터, 섬유 등 전통적인 수출 강세 품목의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중국의 수출시장 전반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수출 위기론’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변화에 맞는 중국 수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중국의 한 전문가는 "기존 수출 품목들이 부진하면서 전체 수출시장이 위축되는 모양새"라며 "글로벌 시장 수요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수출 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 템포 처럼 수출감소도 '뉴노멀'
지난 1~7월 중국의 가공제품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9.3% 감소하며 전체 수출 감소폭을 상회했다. 특히 중국의 효자 수출 품목인 전자제품과 섬유·의류의 수출액이 눈에 띄게 감소하며 상반기 수출 부진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컴퓨터 및 관련 부품산업의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38억2200만달러가 감소했다. 스마트폰 등 핸드폰 관련 수출도 100억47만달러에 머물며 전체 전자제품 수출액이 38억달러까지 위축됐다.
같은 기간 방직·의류 품목의 수출액도 71억7600만달러 감소하며, 이 두 분야의 수출 감소액 합은 총 109억달러로 전체 수출 감소액인 102억 달러를 웃돌았다.
허웨이원 중국 WTO연구회 상무이사는 "수출 효자 품목의 부진이 글로벌 무역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새로운 성장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강세를 나타내 온 글로벌 제조업의 비중이 노동력이 저렴한 동남아 지역과 재공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 등 기존 선진국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생산성을 반영해 조정한 중국의 제조업 임금이 2004년 시간당 4.35달러였지만 지난해는 12.47달러에 육박했다. 10년 사이에 거의 3배로 오른 것이다.
이에 값싼 노동력에 중국에 자리잡았던 선진국의 제조기업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허웨이원 상무이사는 중국의 수출입 감소가 계절적 요인이나 특정 사건에 의한 단기적 현상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진단하며 "하반기에도 중국의 무역 침체는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지적했다.
쉬홍차이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연구부장도 "중국 무역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일대일로 프로젝트, 저우추취(走出去) 등 수출입 촉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위안화 평가 절하, 수출 회복 열쇠 될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2298위안으로 높여(위안화 가치 절하) 고시했다. 이는 전거래일 고시환율인 6.1162위안 대비 위안화 가치가 무려 1.86% 하락한 것으로, 위안화 사상 최대 낙폭이자 2013년 4월 25일 이후 최저치(가치)다.
인민은행은 이날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위안화 고시 가격 결정제도 개혁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중국 정부가 수출 부양을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모넥스 증권의 선임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다른 아시아 통화가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사이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비싸졌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이미 통화 및 재정, 주가 부양책을 썼으며 위안화 절하만 유일하게 동원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민은행 측도 앞서 7월 신용대출 데이터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통화가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고도로 융화되고 있지만, 최근 신흥시장 화폐의 미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위안화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수출 시장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줄곧 위안화 강세를 수출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아왔다. 동시에 위안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중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해왔다.
중국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위안화의 IMF(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노리며 위안화 강세를 일정 부분 용인해왔다.
올 들어 달러·엔·유로 대비 위안화 가치의 중간값은 각각 0.2%, 6.9%, 2.2%씩 상승했다. 2분기 중순부터 위안화 가치가 하락 조짐을 나타내기는 했으나 글로벌 주요통화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텐센트 재경은 모카이옌 지방은행감독관리국 연구원을 인용 “위안화 평가 절하가 수출가격 하락을 유도해 무역량 증가를 촉진시키고, 나아가 거시경제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수출 중심의 경제 발전과 대외적으로 높은 수준의 위안화 가치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학계의 한 전문가도 “위안화 가치 하락이 중국 경제에서 있어 양날의 검과 같지만,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실보다는 득이 크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