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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철강업계, 조선사와 동반 부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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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후판 판매량 감소…조선사 부실 불안 속 ‘일단 팔고보자’

[뉴스핌=황세준 기자]최근 A철강업체 후판마케팅 담당자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은행 여신이 바닥난 B조선사로부터 접수된 구매 요청이 발단이었다. 실적을 위해선 한 장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건 맞지만 자칫 부실채권으로 돌아올까 걱정했다. 보고를 받은 담당임원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CEO의 “넣으라”는 지시에 공급을 결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

조선업계의 잇따른 부실에 철강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주요 매출처인 조선업종의 실적 악화가 동반 부실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제조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후판 내수판매량은 356만8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2년만이다.
 
철강업체들은 올해 들어 1월부터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해 매월 지난해보다 못한 실적을 기록했다. 월별 판매량은 1월 62만3713t, 2월 56만5192t, 3월 56만1033t, 4월 62만9900t, 5월 55만4192t, 6월 63만4310t 등이다.
 


후판 판매량 감소는 주요 고객사인 조선업종의 침체 때문이다. 특히 철강업체별로 전체 매출액의 3~10%를 차지하는 거대 수요처인 조선 빅3의 부실 및 실적부진이 결정적이다.
 
조선산업은 제조원가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에 달하고 원재료 중에서도 후판의 비중은 제조원가 대비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는 극심한 발주 가뭄을 겪고 있다.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32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2699만CGT의 49.2%에 불과하다. 특히 6월 한달간은 209만CGT로 지난해 6월 347만CGT 대비 39.8%, 지난달 264만CGT 대비 20.8% 급감했다
 
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 수주량은 592만444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6만5143CGT 대비 3.9% 감소했다. 척수로는 133척으로 지난해 184척보다 27.7% 줄었다.
 
수주잔량은 3.75% 줄어든 3280만CGT로 집계됐다. 빅3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현대중공업 31%, 대우조선해양 27%, 삼성중공업 58%다.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신아SB 등 중소 조선업체의 경우가 특히 심각하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중형 조선소들의 상반가 선박 수주량은 39만9000CGT로 전년 동기 대비 63.5% 급감했다.
 
이같은 조선업계의 수주량과 수주잔량 감소는 향후 철강업계의 후판 판매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분기 대비 3분기 조선 수주량이 51.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가 배를 수주하면 6개월~1년 후부터 철판이 투입되기 시작하는데 배를 다 지을 때까지 후판을 계속 구매하는 게 아니고 한 번에 미리 사서 야드에 쌓아놓는다”며 “기존에 수주한 물량의 건조 사이클이 지나면 철강업체의 후판 공급량 감소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업체들은 일단 조선소의 수주물량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빅3마저 사상 최악의 적자 실적을 발표한 상황이지만 납품 대금을 떼일 염려보다는 일단 매출처를 확보하는 게 급하다.
 
범 현대가인 현대중공업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현대제철은 최근에는 성동조선 등 중소 조선사로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성동조선의 경우 2~3년치에 해당하는 74척의 수주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후판 생산력을 당진으로 집약시킨 동국제강의 경우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창고 확대 등 물류 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포항, 창원, 진해 등 조선 야드 근처에 물류기지를 세워 밀착 공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의 공격적 마케팅에 의한 경쟁 심화와 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단가 인하 압력이 현재보다 더 높아질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철강업계의 후판 공장도 가격은 t당 110만원이지만 실제 조선업계와의 거래 가격은 t당 65만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조선사들은 현재 국내산보다 t당 6만원 이상 값싼 중국산 후판을 가격결정 기준으로 삼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가격 올리기 쉽지 않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체들은 수년째 후판 가격을 깎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선업체 입장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등 후판 구매할 곳이 많기 때문에 선박 건조량이 조금 늘어난다고 해서 후판 가격이 오를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은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수주 부진뿐만 아니라 기존 수주한 해양플랜트에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지적된다.
 
기존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야드의 병목현상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말 현재 현대중공업 23건, 대우조선 26조원 삼성중공업의 20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잔고를 갖고 있다.
 
철강업계는 조선업체들의 재무 및 영업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 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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