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한인타운 위안징루, 중국자본이 접수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광저우(廣州)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위안징루(遠景路)의 임대료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초기 상권을 이룬 한인 자영업자들이 주변도시로 밀려나거나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유명 매체 신시시보는 “지난 90년대 말부터 한인 상권으로 자리잡아 온 위안징루가 한류열풍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매년 곱절로 뛰고 있다”고 “이에 많은 한국인들이 신도시와 외곽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가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초기 ㎡당 30위안에 머물던 위안징루의 월 임대료는 최근 500위안까지 치솟았다. 동시에 부동산 월세와 물가도 꾸준히 상승해 생활비 부담도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 차이나드림이 만든 한인 상권
90년대 말을 시작으로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당시 세계공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무역도시 광저우(廣州)를 찾았다.
이들은 공항과 가까운 바이윈취(白雲區)의 거리 중 하나인 위엔징루에 자리를 잡았고, 그 후 이곳을 중심으로 한국 자영업자들이 운집하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한인 상권을 형성했다.
신시시보는 광저우 한국상공회의 한 관계자를 인용 “오래전 광저우를 찾은 한국인들에게 바이윈취는 교통이 편리하고 시내와 공항, 기차역과도 가까워 지리적 이점이 큰 지역이었다”며 “특히 많은 의류 도매상들이 바이윈취 기차역부근에 밀집해 있어 의류업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지리적 이점과 저렴한 임대료에 끌려 한국인들이 모여들었고, 그 규모가 확장돼 지금은 상권이 산위안리(三元里) 부근까지 확대됐다”고 전했다.
현재 광저우 위안징루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상인은 1000여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거리에는 현재 60여 개의 한국 음식점과 30개 정도의 무역회사가 모여있다.
한인들이 위안징루에 자리를 잡은지 15년, 지금 이곳은 한국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흐르는 이색 거리로 알려지며 많은 중국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매일 저녁 6시 무렵이면 한국 젊은이들과 중국 친구들이 위엔징루의 한국음식점에 몰려든다”고 전했다.
중국 광저우 위엔징루(遠景路) <사진=바이두(百度)> |
◆ 치솟는 임대료, 떠나는 한국인
한류열풍을 타고 위안징루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곳의 임대료도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시시보에 따르면 정착 초기 ㎡당 30위안 수준이었던 임대료는 현재 500위안까지 치솟았다. 동시에 한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던 광저우의 물가도 지금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 뿐만 아니라 거주비용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초기엔 저렴한 부동산 가격으로 많은 한인들을 끌어들였지만 지금은 이곳의 방 2개짜리 주택 월세가 100만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저우 한국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위안징루가 한국테마 거리로 많은 중국인들에게 알려졌다”며 ”광저우에 이곳과 같은 한국상권이 더 생겨나 한국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문제가 완화되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높아진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한국인들은 주변 신도시나 외곽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한국기업들이 광저우시 외곽의 주하이신청(珠海新城)에 들어서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바이윈치에서 이곳으로 터전을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하이신청의 리에더(獵德)가에 거주등록은 마친 3000명의 외국인 중 한국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징루의 외식업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내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손님은 많아졌지만, 비싼 임대료에 순매출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신시시보는 초기 많은 한인들이 의류사업을 시작했으나 수입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외식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위안징루의 한 한인 자영업자는 “몇년동안 의류업에 종사했으나 광저우 사람들은 입는 것보다 먹는 것에 더 큰 수요가 있어 음식점을 개업했다”고 밝혔다.
높아진 임대료와 물가로 인해 중국 사업을 포기하고 귀국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신시시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5만명이 넘는 한인들이 광저우에서 체류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4만여명으로 줄어, 1년새 10~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이 같은 현상은 광저우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중국 내 한인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류열풍으로 한인 상권의 임대료가 폭등했고, 이 자리를 중국자본이 꽤 차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음식에 대한 인기가 크게 증가한 지난해 상하이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홍취안루(虹泉路)의 월세가 최대 250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대학가 우다우커우(五道口)에서 외식업을 해온 김씨는 “오래전부터 한인들어 닦아 놓은 상권의 임대료가 한류열풍을 타고 치솟았다”며 “어쩔 수 없이 많은 자본을 가진 중국인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