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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칼럼] 증오와 혐오를 벗어나야 한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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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블랙코미디’ 관전법

1. 20여 년 전 독일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통일과 언론’을 주제로 동서독 통일과 남북관계를 비교하며 언론의 역할을 조명하는 졸업논문을 쓰고 있었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 과정에서 발생했던 사건과 이슈들을 정리하고 보수를 대표하는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어떤 관점에서 동서독 관계를 보도했는지를 분석하는 논문이었다.

초고를 마친 후 당시 필자가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던 지역일간지 베스트팰리쉐룬트샤우(Westfaelische Rundschau·WR) 동료 기자에게 감수를 부탁했다. 어설픈 독일어로 쓴 논문이니 고칠 문장이나 표현이 많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는 단어가 하나 있다.

필자가 독일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national(나치오날)이라는 단어다. 독일 친구는 “이 단어는 과거에는 민족주의를 표현하는 말로 쓰였지만 히틀러 이후에는 나치(Nationalsozialistisch)를 연상시키는 표현이라 국가대표 등 중립적인 용도로만 쓰이고 민족주의적인 의미로는 기사나 논문 등 공적영역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금기어(禁忌語)”라며 “대신에 nationalistisch(나치오날리스티쉬) 혹은 national orientiert(나치오날 오리엔티어트)라는 말로 대체하라”고 충고했다.

직역하자면 national은 같은 철자의 영어 단어와 비슷한 의미이지만 nationalistisch는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닌’, national orientiert는 ‘민족주의적 방향성을 가진’이란 뜻이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멀쩡한 단어를 사장시키고 길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국회의사당(하원)의 스워드라인.<출처=영국 의회 홈페이지>
2. ‘신사의 나라’ 영국 의회에도 금기어가 있다. 동료의원들에게 바보 바리새인 악당 위선자 비겁자 강아지 돼지 반역자 등의 말을 써선 안 된다. 특히 ‘거짓말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결투를 각오해야 한다. 금기어를 사용할 경우 의장으로부터 즉각 취소, 사과, 퇴장명령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기사 출신 의원들이 많았던 영국 의회에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으로 의원들 사이에 생사결(生死決)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개회나 표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모욕감을 주는 단어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기어로 지정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거짓말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자 “명예로운 의원님의 발언에는 ‘용어상 부정확함’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라는 말로 상대를 우회 공격하기도 했다.

‘빅벤’으로 유명한 영국 국회의사당(하원)에는 지금도 의장석을 두고 여야가 마주앉는 자리의 한 가운데 의원들의 칼부림을 막기 위한 ‘스워드라인(Sword line·검선)’이 두 줄 그려져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드디어’ 사퇴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구태정치’에다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배신의 정치’라는 증오의 독설을 쏟아낸 지 13일 만이다.

한국 사회와 세계 경제를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사태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연출한 ‘블랙코미디’이자 ‘막장드라마’의 결론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청와대·뉴시스>
정치란 원래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타협을 전제로 한 공적영역이라든가, 입법·사법·행정이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이 왜 필요한지, 현대 민주사회는 통치가 아닌 협치(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민주주의 기본정신에 대한 담론의 공간을 여권 내부에서 만들어진 ‘증오의 블랙홀’이 삼켜버린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증오의 정치는 꽤 긴 역사를 갖고 있다. 1945년 해방공간에서 움트기 시작한 좌우 이념대립은 6·25전쟁이란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귀결됐고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정책대결은 사라진 채 지역과 이념을 기반으로 한 ‘종북좌빨’과 ‘보수꼴통’만 남겼다.

대통령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패거리 정치는 ‘승자독식’ 문화로 굳어졌다. 과정이야 어떻든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과거에는 그나마 선거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증오와 혐오는 이제 광화문이나 서울시청광장 등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까지 넘나들며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일간베스트(일베) 등의 사이트에서 표출된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정치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깊어질수록 무관심도 커진다는 점이다. 즉 혐오가 초래하는 정치 무관심과 불신, 폄하가 정치라는 공공영역을 국민들이 외면케 하고 일부 기득권이 쥐락펴락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독일과 영국이 금기어를 만들어 공공영역에서의 사용을 금한 이유는 증오와 혐오를 내포한 언어가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임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옥스포드 유학생 출신 이승윤 씨와 소셜클라우딩 매체 '바이라인'을 창간한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은 최근 펴낸 한국 정치 평론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서 “나쁜 정치인에게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규정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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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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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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