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연극 ‘스피킹 인 텅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사진=전익령 트위터] |
개막을 앞두고, 4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연극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이동연 연출을 비롯해 배우 이승준, 강필석, 전익령, 강지원, 정운선, 김지현, 전문성, 김종구가 참석했다.
‘스피킹 인 텅스’는 이미 결혼을 했지만 배우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색다른 자극을 원하는 부부, 늘 자유로운 사랑을 원하며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여자, 사랑에 집착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남자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한 부분이 결핍돼 있다.
해외 언론으로부터 “대단히 흥미로운 현대적 고전(호주, The Australian, 2011)”, “테크닉적으로 기발할 뿐 아니라 감성과 웃음이 풍부하다(호주, Syage Noise, 2011)”, “무지개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연극(영국, Financial Times, 2009)” 등 호평받은 ‘스피킹 인 텅스’가 한국 무대에서 어떻게 재탄생할지 기대되는 가운데, 5월1일 개막을 앞두고 작품의 관전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본다.
◆파편화된 이야기, 희곡적 완성도 가질까
이야기는 시간에 따라 혹은, 기승전결을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파편화된 이야기가 펼쳐지고, 각 에피소드가 뭉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전달한다.
김동연 연출은 “퍼즐이 맞춰지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형식’과 ‘주제’가 연결되면서 희곡적 완성도를 갖는다”고 말한다. 새로운 형식의 극작법을 통해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독특한 형식을 통한 주제의 강조는 연출적 주의가 요구되는 섬세한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배우 김지현은 “작년에 함께 작업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김동연 연출님은) 연습 때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을 열어두시지만, 연출적으로 메시지를 보여야 할 부분을 잘 잡아주신다”고 김 연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1인 다역, 배우들의 소화력 및 케미스트리가 관건
모든 배우들이 2개 혹은 3개의 배역을 맡는다. 각 배우가 각기 다른 여러 배역을 소화함으로써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효과를 가져간다.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이해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이해 받을 수 있는 인물이란 것’에 대해 되돌아보도록 하는 것.
김 연출은 관객들이 작품을 본 뒤 “우리 각자가 누군가에게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말은 어떤 의미로 서로에게 전달될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또 그것을 찾을 수 있는가 또, 우린 누군가가 잃어버린 걸 그에게 찾아줄 수 있는가”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메시지가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1인 다역 소화력 및 서로간의 케미가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레온/닉 역에 배우 이승준과 강필석이 번갈아 출연한다. 소냐/발레리 역의 전익령 강지원, 제인/사라 역의 정운선 김지현, 피트/닐/존 역의 전문성 김종구가 함께 한다.
◆극적 사건? 사건 바라보는 인물 내면에 주목
연극 ‘스피킹 인 텅스’는 1996년 현지 초연 이후 1997년 호주작가협회상(AWGIE Awards) 공연부문을 수상했고, 2001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그래머시극장(Gramercy Theatre) 초연, 2001년 영국 웨스트엔드 햄스터드극장(Hampstead Theatre) 초연을 올리며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지속적으로 재공연된 작품이다. 영미권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이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동연 연출은 “(외국 작품을 직역해) 차가운 채 내버려두기 보단, 극 중 인물들을 아프게 바라보고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 왜 저런 대사들이 나오는가에 집중해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피킹 인 텅스’에서는 사건보단 사건을 바라보는 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번역으로 한국 관객의 감성에 다가간다. 아울러, 등장인물들은 내면의 무언가를 상실하고 어딘가 부재돼 있는데, 이 같은 모습이 현대인의 ‘잃어버린 무언가’를 상징할 수 있도록 원작 보강이 이뤄질 예정이다.
1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연극 ‘스피킹 인 텅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수현재컴퍼니] |
같은 시간, 정반대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내뱉는 짧고 중의적 대사들이 오버래핑 되어 인물간의 신뢰와 믿음이라는 주제가 한층 강렬하게 전달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는 오는 5월1일부터 7월16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만 15세 이상 관람가. 전석 5만 원.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