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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딜레마...경제 실리 vs. 정치 의리

기사입력 : 2015년03월17일 16:33

최종수정 : 2015년03월17일 16:33

미·일 견제 불구 영국·독일 등 참여...호주와 공조로 몸값 높여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경제적 실리냐 정치적 의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경제적 실리를 선택하면 90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상당한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과 외교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전통적 우방국과의 신뢰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 가입 문제다. 최근 선진국들조차 속속 가입을 선언하면서 아시아 주요국인 우리나라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일대일로' 자금줄 역할…선진국 잇달아 가입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양해각서 체결식(출처:신화/뉴시스)

AIIB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중국이 개발금융을 주도하기 위해 만드는 국제금융기구다.

중국은 낙후된 서부지역 개발과 더불어 과거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 국가들을 연계해 개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개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20년까지 연 8000억달러(약 900조원) 규모의 인프라 개발사업인데, AIIB가 이 대형프로젝트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외교적인 채널을 통해 강하게 견제하고 있지만, 개발금융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들은 속속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이 처음으로 참여하기로 했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도 참여를 선언했다. 경제적 실리를 선택한 셈이다.

개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급성장한 우리나라로서는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자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이 창립 회원국 모집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못 박고 우리를 압박하는 것도 부담스럼다. 이달 말까지 참여를 선언해야 이사국 지위 등 지분이나 발언권을 유리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가입론자들의 주장이다.

정부의 현재까지 입장은 신중론이다. 장기적인 국익을 고려할 때 외면할 수 없겠지만, 창립 회원국 지위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7일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입여부 자체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선진국 가입으로 인해)정부의 공식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 외면할 수 없지만 서두를 필요 없어

국제기구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축적된 개발경험과 인적 네크워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같은 경험을 가진 여러 국가를 참여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AIIB 창립을 주도하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 주요국인 한국과 호주의 참여가 절실하다. 특히 일본이 불참으로 방향을 정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원목 ADB 상임이사(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는 "중국도 아시아 주요국인 우리나라와 호주가 참여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서둘러 가입하기보다는 몸값(지분)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우리 정부는 외교적으로 미국측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호주와 가입 여부를 긴밀하게 협의한 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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