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최대주주 올라선 후에도 주식 빨아들여..업계 “단순 투자로 보기 어렵다”
[뉴스핌=이동훈 기자]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로 유명한 호반건설(김상열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장내매수로 금호산업의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선데 이어 추가 매입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주식 매입이 단순한 투자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건설회사가 건설업이 주요 매출원인 금호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금호리조트 등의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호산업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금호산업 채권단이 일괄 매각하는 보유 주식 50%+1주의 입찰가를 지켜본 후 상황에 따라 그룹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개입찰은 내년 초 진행될 예정이다.
◆호반건설, 금호산업 주식 매입 지속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왼쪽),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오른쪽)
19일 건설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의 지분을 장내매수로 추가 매입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계좌로 금호산업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가 크게 올라 매입 규모는 과거처럼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11일 금호산업의 주식 171만4885주(5.16%, 204억원)를 매수했다. 또 11~13일 3일간 33만3115주(1%, 60억6000만원)를 추가로 사들였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율은 6.16%( 204만8000주)로 늘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지분률(5.30%)을 뛰어넘었다.
이렇다 보니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추가적인 주식 매수가 단순한 투자 수준을 넘어 인수를 고려한 전략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건설사 IR 담당자는 “금호산업의 주식 매입 규모를 볼 때 단순한 투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된다”며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입찰 참여는 미지수지만 궁극적으로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이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18일 종가를 기준으로 금호산업 지분 투자에 따른 호반건설의 시세차익이 180억원을 넘어섰다”며 “금호산업 채권단이 시장에 내놓은 입찰가격에 따라 김상열 회장이 인수 의향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호반건설측은 금호사업의 지분 확대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주식 매입이 단순한 투자목적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며 “지난 14일 이후 금호산업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박삼구 회장, 주식상승에 인수금액 부담 커져
호반건설의 주식 매입에 따라 상대적으로 박삼구 회장은 부담이 커졌다. 최근 주식 가격이 급등해 채권단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데 더 많은 자금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주가는 호반건설이 본격적으로 매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당 1만4000원을 밑돌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채권단의 지분 인수금액이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2만1800원으로 급등했다. 단순 계산해도 박 회장은 일주일새 1300억원을 더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금호산업측은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박 회장이 자금마련 계획을 구상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 시점에 투자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고 박 회장도 이정도의 주가 상승은 내다봤을 것”이라며 “현금 보유분과 재무적 투자자(FI) 등을 모집해 자금을 마련하면 경영권 유지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공개경쟁입찰로 매각 작업에 들어간다. 박 회장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경쟁입찰에서 가장 높게 형성된 금액으로 박 회장이 사들이면 된다. 그러나 투자기업이 예상가를 크게 웃도는 금액을 제시할 경우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박삼구 회장 일가는 사실상 금호그룹을 잃게 된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