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벤츠 등 합작 파트너 중국경영 변화오나 시장 주목
[뉴스핌=강소영 기자]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 파트너 베이징자동차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증시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지속적인 노력에도 갖가지 '암초'에 부딪혀 상장을 실현하지 못했던 베이징자동차가 올해는 상장이라는 숙원사업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텅쉰재경(騰訊財經) 등 복수의 중국 매체와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최근 친환경자동차 사업 부문을 분사하는 등 올해 하반기 상장을 위한 활발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홍콩 증시에 상장해 100~200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 증시 상장 걸림돌 하나씩 제거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자회사인 베이징자동차를 먼저 상장한 후, 상장 베이징자동차가 다시 모회사를 합병해 전체 그룹의 상장을 완성하는 밑그림을 바탕으로 상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쉬허이(徐和誼) 베이징자동차그룹 이사장은 2006년 취임 이후 줄곧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증시 상장 기회를 노려왔으나, 시장 상황과 투자자 이해갈등으로 상장을 실현하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자본시장이 얼어붙었고, 2009년에는 자사 브랜드 자동차 실적이 저조해 상장의 꿈을 접어야 했다.
2010년에는 승용차 부문인 베이징자동차를 분사해 다시 한 번 상장을 추진했지만,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와 베이징벤츠의 자산 병합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상장 계획을 보류해야 했다.
결국 2013년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다임러에게 12%의 지분을 양도하고, 베이징자동차 재무제표에 베이징벤츠를 병합하는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다임러는 베이징자동차그룹 지분 12%를 통해 베이징벤츠의 지분 6.12%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됐고, 베이징벤츠에 대한 다임러의 지분은 사실상 55.12%로 늘어났다.
이후에도 베이징자동차가 상장 계획 일자를 여러차례 미룬 것으로 볼 때 상장 추진에 적잖은 걸림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초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연내에 상장을 마무리한다고 밝혔으나, 2014년 상반기로 미뤄졌고 다시 하반기로 연기된 가운데 상장 시점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상장 전 그룹 대수술, 친환경車 부문 독립
베이징자동차그룹은 2010년 실적이 우수한 사업 부문인 베이징자동차를 분사한데 이어, 올해 2월에도 그룹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친환경(신에너지)자동차 사업 부문을 독립해 '베이징 신에너지 자동차유한공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로써 베이징자동차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손(孫)회사였던 신에너지 자동차 유한공사는 자회사로 전환됐다.
시장에서는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이번 구조조정으로 베이징자동차의 상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또 하나 제거된 것으로 평가했다. 친환경 자동차 사업이 단기적으로는 투자 대비 수익이 적어, 베이징자동차그룹에 대한 전망을 흐리게하는 요인이 돼왔기 때문이다.
중신건설증권은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친환경 차량 사업 부문의 분사가 베이징자동차의 IPO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두중밍(杜中明) 중신건설증권 자동차기업 연구원은 "친환경 자동차 사업에 대한 자본시장 투자자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이번 구조조정은 시장 투자자의 정서와 맞아떨어지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친환경 자동차 사업 부문의 규모가 크지 않아 분사 후 회사 자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룹의 투자 위험성은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 A주 혹은 H주행, 엇갈리는 희비
상장 추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베이징자동차는 상장 시장 선택을 앞두고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홍콩 H주와 본토 A주 중 베이징자동차의 '상륙' 지점에 따라 여러 투자 주체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주로 재무투자자인 중소형 주주들은 홍콩 증시보다는 본토 A주를 선호하고 있다. 중국 본토 시장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가격 차가 크고, 주가수익비율이 홍콩보다 높기 때문이다.
반면 다임러 등 외자계 주주들은 베이징자동차의 홍콩 증시 상장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다임러는 베이징자동차의 홍콩 증시 상장을 계기로 대 중국 사업을 위한 자금 수혈을 기대하고 있다. 다임러는 중국 시장에서 BMW 등 경쟁상대에게 밀려 시장 우위를 뺏긴 상황이다.
상장 자체가 달갑지 않은 투자자도 있다. 국유자본 배경의 투자자가 대표적 사례. 기업이 상장 하면 국유자본의 투자주체는 보유 지분의 일정부분을 사회보장기금에 양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유자본 배경의 투자자들은 베이징자동차가 본토와 홍콩 증시 어느 곳에 상장하든 보유 지분의 일정 부분을 토해낼 수밖에 없다.
베이징자동차의 한국측 합자 파트너인 현대자동차도 중국측 협력사의 상장이 내심 불편하긴 마찬가지. 유력 경제매체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상장 후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베이징현대자동차의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중국 상장회사 규정에 따라 한국 현대자동차와의 협력 사항(계획) 역시 공시해야 한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베이징현대가 중국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베이징자동차의 상장은 현대자동차에게는 오히려 '귀찮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쉬허이 베이징자동차그룹 이사장이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의 동시 상장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전문가들은 베이징자동차그룹이 결국 먼저 홍콩 시장에 상장한 후 A주 상장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A주의 IPO가 재개됐지만, 심사에서 상장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 베이징자동차의 주요 수익원이 베이징현대를 통해 창출된다는 점도 A주 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 증권 당국은 기업 경영 재원 가운데 투자수익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의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