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달변의 대통령들, 밑천은 독서와 철저한 준비였다"

기사입력 : 2014년04월04일 10:58

최종수정 : 2014년04월04일 10:58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대통령의 글쓰기> 펴내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지난 2005년, 참여정부가 3년차에 접어들던 그 해 1월, 10년차였던 기자에게 "청와대를 출입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경제 분야 취재만 해봤고, 언론사 부장급들이 들어간다는 청와대에 평기자가 출입하라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취재 방법도 달라졌다. 취재원을 직접 만나기가 어려웠다. 출입기자들은 평소에도 청와대 본관에는 순번을 정해 취재하러 들어가고, 나머지 시간엔 기자들을 위한 공간인 춘추관에 머물러 있게 된다. 주요한 일정과 발표가 있으면 미리 예고를 듣고 사후에 관련 수석이나 비서관, 대변인 브리핑을 듣는데, 이것만으론 참 미흡하다.

2개월 남짓 출입했을 때 대통령의 독일과 터키 순방 일정이 잡혔다. 첫 순방 취재라 기대도 됐지만 우려도 그 만큼이었다. 뭘 어떻게 취재할 수 있을 것인지 몰라서였다. 게다가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분단됐던 나라. 혹시라도 통일과 관련한 특별 선언이라도 있으면 어쩌지 하면서 과거 자료들만 뒤졌다.

바로 그 무렵이다. 대통령의 말과 글을 책임지는 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유레카!"를 외쳤다. 연설문은 대통령이 생각하고 실행하려는 것의 정수(精髓) 아닌가.

수시로 전화도 걸고 독일에 도착해서도 마주치게 될 때마다 자꾸 키워드를 달라며 그 분을 괴롭혔다. 물론 비서관께선 "저도 잘 모릅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답변만 들려줬지만  '대통령의 심중을 아는' 존재를 알게 됐다는 것이 반가웠다. 무위로 끝날 걸 알면서도 대통령의 주요 일정에 앞서 정보를 꾸준히 구애(求愛)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가끔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그러니까 연설문에 없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연설문 자체가 노 대통령의 말투, 표현에 맞추어 잘 작성돼 있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겐 대개 엠바고(일정 시간까지 취재한 사안에 대한 보도를 미루는 것)를 전제로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을 건네주기 때문에 미리 볼 수 있는데, 소리내 읽어보면 진짜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 말과 글을 썼던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책을 냈다.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가 그것이다.

제목이 많은 뜻을 담고 있다. 그것은 '대통령을 위한 글쓰기'이기도 하고 '대통령이 글을 쓰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설문이란 곧 말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해야 하는 지에 대한 조언도 들어있고, 대통령은 그럼 어떤 식으로 말을 준비하는가를 알아볼 수도 있다.

강원국 전 비서관이 과민성대장증상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8년간 말과 글을 통해 함께 했던 두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 달변가들이었다. 그러나 그 달변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명료하고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으며 그것이 가능했던 건 철저한 준비와 열정적이고 성실한 독서 때문이었다. 그것이 대통령들이 말하고 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노 대통령은 글을 많이 쓰고 좋아하면서도 글 쓰기를 힘들어했다고 한다. "양극화와 씨름하고 있습니다"란 문구를 써 놓고 '씨름'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몇 시간 '씨름'(고민)하기도 했다. 그래서 언론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강 전 비서관은 이를 책에서 "(국민들에게) 편지를 썼는데 우체부(언론)가 전달을 잘 안해준다"고 했다 전한다.

이 책은 노 대통령이 강 전 비서관에게 임기 중 '명령(?)'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글쓰기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고 특히 공직자들이 그래야 합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세요. 연설비서실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을 쓰세요."

노 대통령은 서거 이틀 전에도 책을 읽고 '사람 사는 세상' 사이트 자료 찾기 게시판에 메모를 남겼다. 메모 습관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실천으로 이어졌고 대통령의 국정 기록과 청와대 내부 회의 등을 모두 담은 이지원 시스템을 구축시켰다.

물론 이 책은 전직 비서관이 쓴 두 대통령에 대한 연서(戀書)는 아니다. 두 대통령이 얼마나 말과 글을 잘 하려 노력했는지,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연설문을 써 왔는지 그 노하우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진심을 말하고 쉽게 표현하고 자료과 관건이라는 조언들도 에피소드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연설문을 쓸 수 있었던 건 대통령의 말투, 습관, 행동 등을 잘 관찰하고 직접 그 지방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 읽혀보기까지 한 연설비서관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글쓰는 것을 잘 한 적이 없으며 두렵다고 아직도 엄살이지만 김우중 전 대우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과 두 대통령을 거치며 집중적으로 단련된 글쓰기 솜씨는 책장이 언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행간에서 담담하게 유발되는 유머와 재치를 찾는 것 또한 재미다. 저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런 재기발랄한 글솜씨를 소개해 많은 '페친'을 두고 있기도 하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