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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재부의 '공기업 낙하산 근절책' 바로보기

기사입력 : 2014년02월21일 13:56

최종수정 : 2014년02월21일 15:43

[뉴스핌=홍승훈 기자] 최근 청와대와 정부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공공기관 개혁이다. 정부는 이들의 방만경영 근절과 부채감축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고 있다. 공공기관 복리후생을 공무원 수준으로 맞추라했고 공들여 사들인 알짜 해외자산도 당장 팔라고 했다. 누군가 정부의 개혁의지를 의심할라치면 더 강한 수사(修辭)와 레토릭으로 공공기관을 압박했다.

물론 차츰 헐값매각 우려의 여론이 확산되며 이 같은 태도가 다소 누그러들긴 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기세만 보면 공공기관 개혁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간 암묵적으로 행해졌던 수많은 특혜(?)를 내려놔야하는 공공기관으로선 답답함도 있지만 최근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정서에 대해선 수긍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정작 공공기관에 뼈를 깎는 주문을 요구하는 정부는 공기업 정상화를 이끌 기관장과 핵심간부에 여전히 끊임없는 낙하산을 투하시키는 모양새다. 공기관 개혁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재차 확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늘 취임식을 갖고 임기에 들어간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박철곤 전 사장이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며 차기 인선작업에 들어간 공사측 임원추천위원회는 결국 정치인 사장을 앉혔다. "최고경영자로서 리더십을 갖추고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물을 공개모집한다"며 허울좋은 공모를 냈지만 불과 한달 뒤 짜고 친 고스톱이란 게 그대로 드러났다. 이 정부 높은 곳에 있는 누군가의 심중이 배경일 게다.

부장검사 출신의 이 전 의원은 알려진대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경선때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대책위원회 인천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친박계 인사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하다 지난 총선에선 낙선했다.

두달여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선임된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앉은 친박계 중진인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도 모두 공사의 주요 업무와 무관한 정치인 출신 낙하산이다.

기관장 뿐 아니다. 감사나 사외이사 등 주요 굵직한 간부자리 대부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한국전력은 최근 신임 사외이사로 이강희 전 의원과 조전혁 전 의원, 중앙지검 검사장 출신의 최교일 변호사를 선임했다. 모두 전력 등 에너지분야와는 무관한 인물들이다. 한전기술, 한전KDN 등 여타 한전 자회사들과 가스공사, 석탄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최근 계속되는 낙하산 인사를 일일이 거명하자니 글을 쓰는 기자 손가락만 아프고 지면만 더럽힐까 걱정이 앞선다.

어찌됐든 이 같은 비판 속에서도 기획재정부는 전날 업무보고를 통해 낙하산 인사 차단을 위한 개선책을 대통령에 보고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 자격기준 소위원회'를 구성해 임원 직위별 세부자격 요건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5년 이상 관련 업무경력 등 계량화된 임원 자격기준을 보유해야 하는 호주나 그리스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방향도 제시했다.

이 같은 개선책이 근본적인 낙하산 관행을 근절할 수 있을까. 전문가 뿐 아니라 상식을 갖춘 일반인이 볼 때도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일부 정치인의 낙하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이번엔 또다시 관료 출신 공무원 낙하산이 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낙하산 인사들의 출신을 보면 행정부, 즉 관료 아니면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이번 기재부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아무래도 정치인보다는 정부부처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최소 기준(관련업무 경력)을 갖춘 고위공무원들이 유리해진다. 지금까지 청와대가 정권 논공행상 차원에서 정치인이나 관료들을 보내는 낙하산 현상이 무늬만 바꿔 반복될 뿐이다.

물론 공공기관으로 가는 기관장이나 간부자리에 업무와 무관한 정치인 출신보단 전문성을 갖춘 고위공무원이 낫지 않냐는 견해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부채 및 방만경영 문제가 정부와 공공기관의 유착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근본적인 개선책은 아니다. 오히려 고위공무원이 산하 공기관으로 내려가기 위해 사전에 담합하고 또 내려가서 유착하는 현상이 재현될 것이다.

때문에 낙하산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야 한다.

장관과 공공기관장을 비교해보자. 둘다 똑같은 낙하산 인사이더라도 장관은 공공기관장에 비해 '낙하산 비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국회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주체(대통령)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인사를 보내면 추후 대통령이 부담을 갖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명분과 논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등 정부 산하기관장 인선은 다르다. 임원추천위, 사장추천위 등을 거치고 공모를 근간으로 하는 허울좋은 선임절차를 내세우지만 이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주체가 누군지 여간해선 알 수도 없다. 그게 대통령인지, 대통령의 형인지 부인인지, 청와대 비서실장인지, 장관인지, 차관인지, 어느 이름모를 실세인지 분명치 않다. 그러니 누구를 보내도 부담이 없고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결국 대외적으로 정식 공모를 거쳐 선임하는 듯 포장돼 있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현 공공기관장(간부포함) 선임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즉 각 공공기관규정에 따라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주체가 장관인지, 대통령인지 분명히 하지 않고선 정부의 낙하산 근절 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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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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