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해마다 위기인식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더 심각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마저 예산감축에 나섰다. 설비투자와 같은 사업성 투자를 줄이기는 어렵다보니 마른 수건이라도 짜야 한다며 비용절감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성장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더구나 환율 리스크, 신흥국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국내도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는 등 위기의 무게감은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작년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진 것과는 달리 기업 매출액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며 "올해도 내수부진, 신흥국 금융불안과 같은 대내외 위협요인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자료 전경련> |
이런 실적악화는 결국 투자와 고용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우려를 키운다.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기업들의 올해 투자규모가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30대그룹만 놓고보면 투자규모는 지난해(154조원)보다 줄어 150조원을 넘기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비용절감 고민은 깊다.
연구개발(R&D)이나 설비와 같은 사업영역의 투자를 줄이기는 어렵다보니 마른 수건이라도 짜야한다는 심정으로 마케팅 예산이나 국내영업의 규모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이미 마케팅 예산의 20% 감축을 방침으로 정한 상태다. 매년 수백억원을 투입해 공을 들이던 미국 슈퍼볼 경기의 광고도 올해는 집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하락의 우려가 현실화됐고 올해 상반기 역시 좋지 못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인 비용절감에 돌입한 셈. 지난달에는 사업부별로 '한계돌파 결의대회'를 열었을 정도로 삼성전자 내부의 비장함은 크다.
현대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수부진을 돌파할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국내 마케팅 비용을 10% 가량 줄이는 방향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각 사업부서에서는 원가절감 계획을 수립하느라 이미 비상경영 모드로 들어간 상태다.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감소 우려마저 커지고 있어 최고경영진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LG전자는 아예 연 단위, 반기 단위의 예산계획을 전면수정해 매달 예산을 새로짜고 집행하는 가변형 방식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올해는 위기를 뛰어넘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성장동력을 찾고 경영활동을 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늘어나야할 시점"이라며 "경영환경이 좋아지면 당연히 기업들의 투자활동은 커지고 우리 경제의 활력도 높아지지 않겠냐"고 의견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