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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角) 8 - '불륜'이란 단어가 이들을 단정짓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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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고 왔는지 경찰차 두 대가 빨갛고 파란 불빛을 번쩍거리며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내 몸엔 젖은 쓰레기들이 묻어 텁텁한 냄새가 풍겼다. 경찰들은 내 눈에서 광기를 보았는지 함부로 말리지는 않았다.

내 주위를 빙빙 돌며 광기의 팽창을 막으려는 소극적 방어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차분해져 있었고, 고도로 집중되어 있었다. 의식이 또렷한 가운데 살의의 감각 같은 것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경찰봉 이리 내놔. 저 새끼 때려죽이게”

경찰에게 팔을 뻗으면 뻗는 거리만큼만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나를 무섭거나 위험하게 보지는 않았다. 천천히 식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최영호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안에서 타오르는 집념의 불꽃이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 고독한 구도자 같기도 한 자세로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마냥 서 있었다.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석양 무렵의 농부 같기도 했다.

<폭풍의 언덕>의 파토스적 인물, 한때 미칠듯한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히스클리프 같기도 했다. 무슨 생각에 저리도 깊게 잠겨 있는 걸까. 내 집에서 근엄하기까지 했던 확신과 지금의 바닥 모를 침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내는 내게 기득권이란 말을 썼다. “살아온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진 않아. 자기는 내게 기득권이 있고.....” 기득권? 아내에 대한 내 존재가 고작 기득권이라고? 내가 가장 혐오하는 말이 내 존재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나를 배신한 사람에 의해. 게다가 아내는 당당하다.

기득권이란 말은 나를 무참히 탈진시키는 말이다. 몇시간 전만 해도 믿어마지않던 아내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분노와, 그것을 무력화하는 탈진을 동시에 받으면 어떤 내면의 공황에 빠지는지 난 알았다.

분노와 탈진, 모멸과 박탈, 그 상쇄적 감정을 동시에, 그것도 쌍 겹으로 느닷없이 받을 때, 정신이 어떻게 탈색되고 휘발되는지, 사전 예고도 없이 생체 실험 당한 것이다. 그러한 가학의 총체는 나자신으로부터 회 뜨듯 섬뜩하게 나를 이탈시키더니, 이번에는 알 수 없는 구심점을 향해 나를 몰입시키는 것이다.

극도의 증오와 살기까지 품게 되었던 내가, 이렇게 이른 새벽 어슴프레한 미광 속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적을 바로 앞에서 보는 순간, 경이로움 내지 은근한 끌림마저 생기는 것은 왜일까.

조금 전 내 단도직입적인 몰아붙임에 대한 아내의 부동이나 이 남자의 근엄한 침묵에는, 죽음의 향기가 날 정도로 근접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 이들 역시 감당키 힘든 뭔가를 모질게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감내의 내용이 둘 사이에 똑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감내의 중량은 별 차이 없을것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절박하게 흐를 애련의 격류가, 오늘 밤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변할지 모를 불확실성으로 인한 중층의 애욕과 아픔, 고뇌가 그들 감내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런 식으로 민감하고 치열하게 얽힌 감정의 심연 속으로 그들은 한없이 침잠해 있다. 그 침잠의 무게가 나로 하여금 이들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섣불리 부르지 않게 한다.

그들의 침묵에 비해 내 흥분은 경솔했을까.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연놈들을 그냥 싸그리 정리하는 게 산뜻하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통 안에 들어서면 통 밖에서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뒤범벅된 감정들이 야릇한 절묘함 속에 죽처럼 녹아 물아일체의 원액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살인이건, 무아경의 환희이건, 이 원초적 감정의 원액에서 그 색깔과 향기, 투명도가 다를 뿐이다. 그놈과 한판 붙으려던 앙심이 절로 수그러들었다. 그놈은 내게 ‘비겁한 자식’이라고 했다. 비겁? 오늘은 정말 이가 갈리는 날이다. 내가 비겁한 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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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이재명 사무관' 경계령 [세종=뉴스핌] 나병주 기자 = 정부 업무보고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의 '예리하고 꼼꼼한' 질문이 관가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담당사무관이 아니라면 알기가 쉽지 않은 내용까지 놓치지 않는 예리함에 관가에서는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예상 못한 '정원' 질문에 기후부 '멘붕'…장관·국장 모두 답변 못해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왜 기후부는 정원이 2930명인데 현원이 2973명으로 초과됐느냐"는 '깜짝' 질문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김성환 장관은 물론 기후부 간부들 모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20초가량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담당국장이 누구냐며 재차 묻자 그제야 정책기획관(국장)이 "자세히 확인은 못 했지만 긴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추가 고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지만, 기후부는 그런 상황이 없었는데 정원 초과된 게 이상하다. 원래 환경부 시절부터 추가가 됐는지, 아니면 기후부로 전환되면서 추가된 건지 답해달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환경부에서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모호하게 답하자, 이 대통령은 "추정으로 답하지 말라"며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뉴스핌>이 확인한 결과, 이유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인원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육아휴직자 51명을 현원에 포함하는 실수를 저질러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기후부 현원은 2922명으로 정원보다 8명이 적어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상황파악 후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이 대통령에게 보고해 오해는 풀었다고 하네요. ◆ 李대통령 예리한 질문에 관가 긴장…'이재명 사무관' 별명 생겨 이번 해프닝에 대해 기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탈탄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방' 얻어맞은 셈이죠. 사실 인원현황은 기후부 업무보고 1페이지에 제일 처음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본 거죠. 기후부 관계자는 "사실 이번 건은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도 놓칠 수 있는 내용이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어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갈무리] 2025.12.17 dream@newspim.com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자인 사무관 같은 대통령의 꼼꼼함에 관가는 앞으로 있을 보고에 대해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꼼꼼한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A 씨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지적하기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만큼 현안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고(故) 김용균 씨 때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한 서부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이 서부발전 사장에게 질문한 시간은 답변을 합쳐도 약 10초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관가에는 '이재명 사무관'의 꼼꼼함을 경계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국정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긴장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lahbj11@newspim.com 2025-12-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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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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