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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소년의 꿈, 그리고 제국주의 논란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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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나호코(왼쪽)와 지로 [사진=지브리 스튜디오]
[뉴스핌=김세혁 기자]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5년 만에 내놓은 ‘바람이 분다’는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비운의 작품이다.

프랑스 사상가이자 작가 폴 발레리의 시에서 제목을 딴 ‘바람이 분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전작과 달리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호리코시 지로(1903~1982)는 일본인들에게 일평생 항공기 제작에 몰두한 천재이자 은인, 선각자로 기억된다.

먼저 기술적인 면에서 평가하면, ‘바람이 분다’는 셀 화면과 고된 수작업을 고집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전통이 빚은 수작이다. 아름다운 목가적 풍경과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비행기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몽환적인 화면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아날로그 기술만이 줄 수 있는 따스한 감성도 여전하다. 배경과 잘 맞아떨어지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 역시 화면과 궁합이 딱 맞는다.

그런데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개운하지가 않다. ‘바람이 분다’를 구성하는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항공기 기술자를 꿈꾼 소년 지로와 그의 꿈을 사랑한 소녀 나호코의 애틋한 로맨스다. 하지만 지로가 남긴 족적이 문제다. 그가 미쓰비시내연기제조(현재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만든 전투기, 특히 ‘제로센(零戦)’은 민간인을 비롯해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한 악마의 화신이다. 전범국가의 천재가 만든 ‘제로센’을 들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라고 평가하는 대목에선 헛웃음이 나온다. 소년과 소녀의 로맨스, 꿈을 향한 도전을 굳이 호리코시 지로의 일대를 차용해 그리려 한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바람이 분다’가 제국주의 미화 논란에 휘말린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물론 극중에서 지로는 “그저 훌륭한 비행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지로는 어디까지나 꿈을 좇을 뿐, 자신의 창조물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건 아무래도 좋은 무책임한 인물로 묘사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전체적으로 ‘바람이 분다’는 인물보다는 작품성에 더 무게를 둔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한 소년의 꿈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 구성으로 따지면 왜 ‘바람이 분다’가 베니스와 토론토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5일 개봉.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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