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한국항공우주(KAI)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대한항공의 단독 입찰과 수의계약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현대중공업이 2차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된 것이다.
KAI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예비입찰서 평가 후 주주협의회 결의를 거쳐 다음 주 본입찰 적격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본입찰 적격자 선정 후에는 10월달 예비실사, 11월 본입찰 및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 등을 거쳐 연내 매각이 종료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 중 어떤 기업이 KAI 인수에 적합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현대중공업과 기존 항공 관련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대한항공. 업계의 이목이 이들 두 기업에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꾸준히 KAI 인수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 왔다. 지난 2003년, 2006년, 2009년에 이어 이번이 벌써 네번째이다. KAI 인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 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KAI 인수에 공을 들이는 데는 기존 항공기 관련 사업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국내 최초로 500MD 헬리콥터를 생산하며 국산항공기 시대의 막을 열었고, 이후 국산 F-5 초음속 전투기 제공호, UH-60 헬리 콥터 등을 생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보잉, 에어버스 등 해외 유수 항공기 제작 업체와도 협력해 항공기 구조물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다. 거기다 오랜 기간 글로벌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쌓아온 마케팅 실력 또한 대한항공이 지닌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업체인 KAI를 인수한다면 대한항공 입장에선 항공기 제조에서 운항, 정비까지 항공 관련 산업의 순환구조를 완성케 된다.
그러나 대한항공 역시 KAI 인수에 단점은 존재한다.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과 향후 추가로 투입될 비용은 대한항공에 부담 요인이다.
현재, KAI 인수를 위해서는 지분금액 9889억원(41.75%, 전일 종가 2만 4300원 기준)과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감안할 경우 1조 3000억원 가량의 인수대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은 2분기말 기준으로 1조 20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본적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할 경우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가피해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순차입금 14조원, 부채비율 829% 역시 썩 좋은 지표는 아니다.
이같은 재무적 부담에 대해 대한항공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AI 인수를 위한 충분한 자금이 확보돼 있고,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았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김대성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항공산업의 특성상 높은 부채비율과 특혜시비 논란에 따른 여론의 부정적 반응들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 현대중공업의 입찰참여로 인한 KAI 인수 가능성 부각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항공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시기에 대한항공의 KAI 인수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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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