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0~2세의 영아에 대한 무상보육비 지원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영아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지난해 국회 통과 과정에서 당초 지원대상이 소득하위 70%에서 전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재원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확대된 상위 30%에 대해 추가 지원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영아에 대한 무상보육료는 중앙정부 예산에는 계상이 됐으나 이와 함께 증가된 비용부분에 대해 지방재정의 재원확보 방안이 도외시된 것이다.
올해 들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원고갈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일부 보이코트 움직임도 있었지만 해결이 되지 않다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일부 지자체에서 하반기 보육료 지원 재원이 고갈돼 무상보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공식화함으로써 무상보육 재원논란이 중앙과 지방정부간 갈등을 넘어 정치권까지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 영아 무상보육 전계층 확대시행, 서초구 무상보육 중단 파장 확산
4일 서울시 서초구는 올해 확보한 85억원의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나 오는 10일 완전히 소진된다며 7월부터는 무상보육이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긴급히 한달간 예산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후에도 마땅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어 다시 중단되는 악순환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서초구의 경우 영아에 대한 무상보육 지원대상이 하위 70%에서 전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지원대상이 1665명에서 5113명으로 급증했으며, 하반기중 11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서초구 뿐만 아니라 구로구 송파구 중구 등 나머지 구들도 8월 이후에는 예산이 바닥 상태이고, 서울시 입장에서도 추가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고, 서울시 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도로 문제가 확산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 올해 지자체 무상보육 소요재원 3788억원, 추가 비용 발생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위 70%에서 전계층으로, 즉 상위 30%가 추가 지원대상이 되면서 늘어난 영아용 무상보육료는 모두 7400억원 가량 된다.
이중 중앙정부가 예산에 반영한 규모는 3679억원이고,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충당해야 하는 자금규모는 3788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지방정부의 재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시행했고 여기에 예상보다 지원대상이 증가하면서 더욱 재정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조경규 사회예산심의관은 “당초 영아에 대한 무상보육을 확대시행할 경우 지원대상이 5만~6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그렇지만 올해 3~6월중 확대시행해본 결과를 보니 예상보다 초과되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정부은 이같이 확대 시행한 결과 예상보다 지원대상이 증가하고 초과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의식, 예산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전계층에 대한 무상보육을 당초 계획대로 하위 70%에 한해서 지원하는, 이른바 선별지원 또는 맞춤형 지원으로 회귀할 생각을 내비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내년도 예산에 어떻게 반영되느냐는 문제와 달리 당장 올해 영아에 대한 무상보육료 지원을 어떻게 하느냐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서초구를 비롯해 서울시에서 시작된 무상보육료 지원 중단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정부와 지자체간 논란을 넘어 정치권, 나아가 일반 국민들한테까지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할 참이기 때문이다.
◆ 정치권까지 논란 확산, 정부 지자체 지원 방안 신중 검토
벌써부터 정치권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은 <줬다 뺐는 철없는 정부와 새누리당>이라는 논평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양육에 따른 국민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시행된 무상보육을 전면 철회해서는 안된다며 재정확보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언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초구는 7월, 서울 운산 천안은 9월, 충북 충남은 10월부터 재정고갈로 무상보육을 중단해야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영유아 무상보육 재정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행정 및 재정적 준비 없이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선심성으로 시행하고 나서 나몰라라 하는 정부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지자체들이 추가 보육료에 대해 국가의 전액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가 수수방관하며 선별적 복지론을꺼내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즉각적으로 예비비를 활용해 지자체를 지원하거나 무상보육 지방재정지원을 위한 추경편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자체의 무상보육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 편성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하반기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도 공공기금이나 공공투자를 통한 방식을 했는데 무상보육료 지원을 위해 추경 편성을 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재정을 통한 사회복지사업의 경우 국가와 지방이 공동으로 분담하는 매칭제도를 파기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의 전액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자체의 무상보육료 재원고갈 문제에 대해 일부 책임을 느낀다며 실태 파악과 함께 지원 방안을 모색할 뜻을 비치고 있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의 이자를 일부 보전해 주는 방식과 예비비 지원 등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재정부의 조경규 심의관은 “6월말까지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30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80개 정도가 적자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추가 소요분이 얼마일지 모르겠지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심의관은 “국가와 지방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예비비를 통해 일부 지원하거나 지방채 발행에 대해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복지사업 확대 추세, 지방재정 논란 지속될 듯
한편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중앙정부의 사회복지 사업이 대폭 지방으로 이전됨에 따라 향후 지방재정 압박이 커질 것으로 우려, 사회복지 관련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의 신장용 의원은 <지방세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지난 2010년 이후 지방소비세로 이양하고 있는 부가가치세의 5% 수준인 지방소비세율을 10%로 늘리자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폐기되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지방소비세율을 20%까지 인상하자는 주장도 있어 지방재정 건전성과 확충 방안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사회복지사업의 확충에 따른 정부와 지방간 재원 배분 문제는 중앙과 지방의 재정여건,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세출입 문제 등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할 신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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