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5월 1일부터 '휴대폰 자급제'를 시행했지만 자급제 폰 자체가 단 한대도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결론적으로 "방통위가 매를 불렀다"는 지적이 현 싯점에서는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게 정보통신업계 중론이다.
방통위는 올해 초만 해도 "이동통신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구조를 제조사·유통망 등으로 다양화하는 단말기 자급제를 5월부터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당국이 위엄을 앞세워 '발표'를 하면 업계에서 뒤따라 움직일 줄 알았는데 계획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사전조율이 거치지 않은 점은 결국 자신에게 화살이 돼 되돌아왔다.
휴대폰 자급제가 '먹통'상황에서 여론의 거센 비판이 일자 방통위는 또 묘한 논리로 제 몸감싸기에 급급하다. 그런데 그게 한마디로 말장난이고 정책에 대한 책임감을 찾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지난 1년여동안 휴대폰 자급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겠다고 떠들썩하게 요란을 떨고 생색을 냈던 방통위는 지금에서야 또 "휴대폰 자급제용 요금제를 만들자"고 이통사와 접촉하고 제조사에게는 자급제 용 단말 생산 및 유통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언론에는 "5월 1일은 휴대폰 자급제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완료한 날짜이지, 시중에서 당장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슬그머니 시기를 미루면서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결국 두루뭉술한 정책 계획 덕분에 5월1일부터 휴대폰 자급제가 시행된다고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대다수 매체들은 오보아닌 오보를 양산했다. 방통위의 책상머리 행정때문에 여러 사람이 곤란을 겪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처럼 입으로만 열변을 통하는 정책으로 불편을 초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이동통신재판매(MVNO)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던 방통위는 이통사 계열사의 MVNO 시장진입 허용 여부까지는 꼼꼼히 대응하지 못해 SK텔링크는 서비스 출시 일주일을 앞두고 시장진입이 좌절됐다.
다행히 지난주 시장진입이 허용됐지만, SK텔링크가 서비스에 제약을 받았던 근 1년 동안 경쟁사업자는 선불제 뿐 아니라 후불제까지 선보이며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가입자를 확보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MVNO 활성화 운운했지만 구체적이지 못한 정책 방향에 일부 사업자는 헛발질에 힘 뺐던 것이다.
방통위는 스스로 문제의 급소를 잘 짚어낼 줄 안다고 자평하는 듯하다. 하지만 실행계획을 짜는 능력은 또 다른 영역이다.
말만 앞서는 사람이 신뢰를 얻기 힘들듯, 정책보다 말이 앞서는 정부부처의 발표도 신뢰가지 않는다. 업계의 불편이나 시장 사정을 살피지도 않고 자기 편의주위적으로 밀어부치는 것은 현장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전임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부분적으로 정치적 놀이에 탐닉하다가 몰락했다. 아직까지 출범초기라 관망하는 눈길이 많지만 현 이계철 위원장이 언제까지 통신 소비자와 업계, 그리고 정책 감시자인 언론과 '허니 문'을 마냥 즐길 수는 없다.
이 위원장의 정보통신 정책관을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위원장님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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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now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