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뉴스핌이 지난 17일 개최한 《G20 정상회의와 2010년 한국 경제》를 주제로 한 'G20 특별 세미나'는 우리 정부 고위 경제당국자들의 역동성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온라인 경제종합신문 뉴스핌이 지난 10월부터 석달 동안 국내 언론 최초로 연재한 《G20 특별기획 시리즈: G20, 한국이 이끈다!》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마련된 이날 세미나의 주된 내용은 뉴스핌을 비롯해 국내외 언론들에 의해 실시간 속보와 상보로 지상 중계됐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내년 초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화두인 '출구전략'이 집중적인 관심사가 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은행 고위 당국자로부터 출구전략의 가능성과 시행 시기, 방법 등에 대해 직접 질문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한국은행 장병화 부총재보는 "경제회복세가 상당히 뚜렷하나 앞으로 여건이 불확실해 당분간 금융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게 금통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기준금리를 조금 더 올리더라도 국제 공조나 우리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것과 상충되지 않는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장 부총재보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을 덜 활용해 출구전략의 시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이는 어찌보면 당분간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한은의 인식을 재해석한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이날 발언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속보로 전달됐다.
특히 중국에서는 로이터 국제경제면 탑기사로도 다뤄졌다.
외신들이 이날 뉴스핌 세미나에서의 장 부총재보의 발언을 관심깊게 보도하고 주요기사로 소개한 것은 과연 어떤 배경이었을까?
최근 출구전략에 대한 인식은 무조건 금리를 올리거나 미세정책 운용 등을 통해 어떻게든 시중에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으로만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그의 발언은 전체 경제에 파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다소 차분하고 여유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 여건상 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정책과 금리를 올려 투자기회를 노리려는 시장 사이의 절묘한 무게중심을 짚은 것이라 의미를 둘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의 멘트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보통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유럽 중앙은행, 그리고 일본은행 등 선진국 주요 은행들은 정책기조를 변경하기 직전 수개월동안 성명서 상에 동일 문구 유지를 반복하며 지루할 정도로 문구에 집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을 비롯한 주요 고위급 인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금리를 제로수준에 가깝게 유지할 것"이라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똑같은 질문에는 똑같이 대답한다는 원칙이다.
또 유럽 중앙은행 트리셰 총재도 최근 몇달 동안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며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반복해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시장에 충분한 충격이 반영되고 모든 참여자들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이제 그만"을 외칠 때 비로소 금리 인상이나 인하 등 정책변동을 단행함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달랐다. 시장이 이미 다 아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닌, 경제 당국자들의 지루하고 고식적인 멘트가 아닌 참신하고 창의적이고 여유롭기까지한 멘트에 세계 언론이 주목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날 뉴스핌 세미나에서 또다른 연사로 나선 기획재정부의 노대래 차관보도 "한국 경제의 내년 5% 성장은 평상시 5% 성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위기 극복과정에서 '성장률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국내외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던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노 차관보는 또 5%의 성장과 2%의 금리가 맞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금리는 성장률만 가지고 직접 대입시킬 수 없다"고 지적하고 "금리는 물가와 고용, 투자 등도 봐야하며 성장 역시 내실이 스트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뉴스핌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정부 당국자들이 국민과, 또 세계와 소통하는 순간에 참신하고 속시원하게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자는 즐거웠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 또는 정책 당국자들의 센스있고 세련된 모습을 즐겁게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