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현대차그룹이 12일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AI 전환 전략을 공개했다.
- 정의선 회장은 바이브 코딩 교육에 참여하며 경영진 주도 확산을 강조했다.
- 차량 개발기간 단축과 피지컬 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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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車 개발기간 단축…새만금 AIDC·GPU 인프라도 구축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에서 차량 개발과 제조 공정을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확대한다. 임직원 10명 중 8명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단계에 올라선 데 이어 앞으로는 AI를 활용해 차량 개발기간 자체를 단축하는 전사 차원의 혁신에 나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직접 '바이브 코딩' 교육을 요청하고 주요 경영진과 함께 실습에 참여했다. AI를 밑단의 실무 효율화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부터 기술을 이해하고 조직 전체의 업무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그룹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 추진 과정 및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협업 시스템과 데이터 체계를 정비해 AI 활용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왔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이날 "AI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지만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이지 목적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해 개인의 성과를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느냐"라고 말했다.
◆정의선 "나도 코딩하겠다"…경영진부터 AI 직접 체험
현대차그룹 AX 전략의 특징은 AI를 일부 개발 조직에 한정하지 않고 전사 업무 환경으로 확산했다는 점이다.
그룹은 2025년부터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H Chat Pro'를 통해 임직원들이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사용자는 3만명을 넘어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의 약 80%에 달했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도 AI를 이용해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드는 단계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변화에는 정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진 사장에 따르면 정 회장은 경영진 대상 AI 교육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접 "코딩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코딩을 직접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진 사장은 "처음에는 '회장님까지 코딩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다시 연락해 '경영진이 바이브 코딩을 해야 AI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교육 이후에도 경영진이 새로운 기술을 직접 이해해야 무엇을 AI로 해결할 수 있고 무엇을 해결할 수 없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사장은 "탑 레벨의 리더들이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을 높이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말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공장까지 들어간 AI…70개 생산거점서 실제 성과
AI는 연구개발(R&D)과 제조 현장에서도 실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있다.
남양연구소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수십 년간 축적한 충돌 시험 결과와 이미지, 연구 자료를 한 번에 검색·분석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숙련 연구원의 경험에 의존했던 과거 사례 검색과 비교를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자료 탐색·검토 시간을 약 90% 단축했다.
생산 현장에서는 비전 AI가 차량 식별번호(VIN)를 읽고 실제 차량과 시스템에 등록된 정보를 자동으로 비교한다. 이 시스템은 울산·아산·전주 등 국내 공장을 넘어 미국·유럽·인도·아시아태평양 등 약 70개 글로벌 생산거점에 적용됐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통해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차 이동 과정에는 강화학습 기반 AI를 적용했다. 설비 오류 등으로 부품 대차의 순서가 꼬이면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이동시키면서 최대 수십 분씩 생산이 중단됐지만 AI가 최적 이동 경로를 계산하면서 중단 시간을 약 86% 줄였다.
현장 엔지니어가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는 제조 특화 플랫폼 'E-FOREST: POLARIS'도 울산 전기차 신공장을 비롯한 주요 생산 현장에 순차 도입한다. 생산·품질·설비·물류 담당자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AI 에이전트로 구현해 다른 공장까지 확산시키는 구조다.
고객 접점도 달라지고 있다. 정비 지원 AI는 차량 증상과 오류 코드를 입력하면 관련 매뉴얼과 과거 정비 데이터를 분석해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고객 리뷰 업무에서는 AI 도입 이후 건당 처리 시간이 평균 35분에서 5분으로 줄었고 현재 전체 리뷰의 85% 이상이 AI 기반으로 처리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문서 5000쪽 삭제"…시행착오도 AX 자산
AI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새로운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진 사장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비개발자가 만든 사내 AI 에이전트가 협업 플랫폼에 저장된 문서 약 5000쪽을 삭제한 사례를 공개했다. 문서는 복구됐지만 약 2박3일 동안 관련 업무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 사례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논의했다고 소개하며 "비개발자가 에이전트를 만들어 백오피스 시스템에 붙였을 때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AX가 어디까지 갔느냐'고 물을 때 오히려 '어떤 사고를 겪어봤느냐'를 묻는다"며 "아무 사고도, 아무 문제도 없었다면 안 해봤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H Chat Pro에 연결되는 외부 LLM도 기업의 프롬프트를 학습하지 않는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체계를 제공하는지를 기준으로 선별하고 있다. 외부로 보내기 어려운 데이터를 학습해야 할 경우에는 내부 폐쇄망 기반 AI 플랫폼을 별도로 활용한다.
◆다음 단계는 '차량 개발기간'…피지컬 AI 인프라도 구축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AI 혁신의 무게중심을 개별 업무 효율화에서 전사 핵심 프로세스 혁신으로 옮긴다.
지금까지는 현업에서 "이 업무를 AI로 줄여보자"는 식의 상향식 과제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회사 차원에서 목표를 정하고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는 하향식 AX를 추진한다.
첫 번째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차량 개발기간 단축이다. 진 사장은 "지금 소개한 과제들은 대부분 바텀업으로 올라온 프로세스 효율화였다"며 "이제부터는 기업의 목표를 정하고 탑다운 방식의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차량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라며 "이미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고 요소별로 어떻게 기간을 줄일지, 기간 단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AI로 어떻게 해결할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등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AI 기술은 자체 역량 확보에 나선다. 단순 사무·지원 업무에는 외부 AI 모델을 적극 활용하되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핵심 분야의 파운데이션 기술은 직접 투자해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새만금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해 2029년 말~2030년까지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고,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GPU 물량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생산 이후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상당 부분 구축했지만 연구개발 데이터와 양산 데이터를 완전히 연결하는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차량 설계부터 생산·품질·판매·정비까지 연결된 데이터가 피지컬 AI의 학습 기반이 되는 구조다.
진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와 서비스 현장 등 AI가 실제 세상과 만나는 가장 넓은 접점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 수많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조 데이터가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회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며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