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아파트 주민들이 급매 이웃을 색출했다.
- 가격 하한선 정해 신고·영업방해까지 갔다.
- 집값 방어가 시장 왜곡과 이미지 훼손 낳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ㅇㅇ동 ㅇㅇ호 급매 내놨네요."

일부 아파트 단지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단톡방)에 여전히 올라오는 이웃 색출 공지다. 내 집 가치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집주인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집값 방어를 명분으로 일정 가격 이하의 매물 등록을 막고, 호가를 낮춘 이웃을 향해 칼날을 겨누는 현장의 모습은 씁쓸함을 넘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적 이기주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도 주민들이 단톡방에서 자체적으로 '가격 하한선'을 정해두고, 이보다 낮은 저가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업소를 허위사실로 신고하거나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화살이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다는 점이다. 일부 단톡방에서는 사정상 급매를 내놓은 집주인의 동·호수를 공유하며 인신공격을 퍼붓고 낙인을 찍는, 이른바 '공개 처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단톡방은 단순한 이웃 간의 소통 창구가 아니라, 자산 가치를 사수하기 위해 집값을 위협하는 주민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24시간 돌아가는 'CCTV'인 셈이다.
이 같은 행태는 집주인 개인의 재산권 보호라는 사적인 영역을 넘어, 부동산 시장 전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가격 발견 기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이같은 사례가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른 서울 수도권 일대는 물론, 지방 주요 거점 도시의 인기 단지들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투명하게 공개된 시장 정보 속에서 밀당을 거치며 양측간 합리적인 수준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단톡방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특정 가격 이상으로만 매물을 올리도록 강요하고, 급한 사정으로 호가를 낮춘 이웃을 '배신자'로 몰아 압박하는 행태는 시장의 눈과 귀를 가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아파트 가격에 대한 주민들의 잣대는 이중적이다. 단지 안에서 '신고가'가 터지면 축제 분위기 속에 온 동네방네 정보를 공유하며 환호한다. 반면 시장 침체나 개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나온 하락 거래나 저가 매물은 '단지의 공적'으로 규정하며 철저히 응징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단지 전체가 묵인하고 동조하는 집단적 이중성으로 번지며 이웃 간 불화나 시장 정보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거주민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공개적으로 조리돌림하는 단지라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매수자들은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집값을 지키겠다며 시작한 행동이 오히려 단지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근 단지의 분위기에 편승해 호가만 올린다고 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거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격 상승이 아니라 희망가격에 불과하다.
인위적인 통제나 집단적인 압박으로 붙잡아 둔 호가는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진짜 가치는 이웃을 감시하고 억누른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집값 방어를 위해 시장의 룰을 깨뜨리고 이웃에게 칼날을 겨누는 행위가 계속될수록 소비자들의 외면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단지 가격을 낮추는 '배신자'를 색출하겠다는 마녀사냥을 멈춰야 할 때다. 집을 가진 것이 벼슬이 아니듯, 이웃의 사정이 내 자산 가치를 해치는 죄가 될 수는 없다. 시장의 흐름을 인정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결국 단지의 신뢰와 자산 가치를 지키는 길이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