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③미국 하원 속기록에서 찾은 민주주의 언어의 역사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1814년 8월 24일 영국군이 워싱턴을 함락해 백악관과 의사당을 방화했다.
  • 재정·군사력 취약과 정치 갈등이 수도 함락을 불러 국가 신뢰와 공화국의 정통성이 흔들렸다.
  • 이후 의회는 일시적 초당 협력을 보였지만, 미주리 타협을 거치며 노예제를 둘러싼 남북의 정치 언어가 분열돼 내전의 길로 갔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독립혁명, 새 공화국, 그리고 의회언어의 탄생(1789-1827)

재정 확충의 실패, 워싱턴 함락의 치욕

재정 확충의 실패와 반복되는 정치적 갈등 속에서 미국은 결국 가장 두려워하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빈약한 재정 구조와 취약한 군사력 때문에 신생 공화국은 영국의 재침략을 막아낼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 치명적인 안보 공백은 1814년 여름 결국 수도 워싱턴의 함락이라는 국가적 치욕으로 이어졌다.

역사학자 앨런 테일러(Alan Taylor)는 『The Civil War of 1812』(2010)에서 당시 미국 정부가 전쟁 수행 능력 자체에서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한다.

연방 정부는 안정적인 조세 징수 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고, 중앙은행 기능 역시 약화되어 있었으며, 정규군 규모도 영국군에 비해 크게 열세였다. 테일러에 따르면 영국군은 체서피크 만(Chesapeake Bay)을 중심으로 미국 동부 해안을 압박하며 사실상 미국의 국가 역량 자체를 시험하고 있었다(Taylor, 2010).

1814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 방화 사건(Burning of Washington) 묘사 판화(1815년)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1814년 8월 24일, 영국군 정예 부대는 메릴랜드 블레이든스버그 전투(Battle of Bladensburg)에서 미군을 격파한 뒤 사실상 저항 없이 워싱턴 D.C.에 진입했다.

역사학자 앤서니 피치(Anthony S. Pitch)는 『The Burning of Washington』(1998)에서 당시 미군과 민병대가 지휘체계 혼란 속에 급격히 붕괴했고, 수도 방어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졌다고 기록한다(Pitch, 1998). 블레이든스버그 전투는 훗날 미국 정치권에서 "블레이든스버그 경주(Bladensburg Races)"라는 조롱 섞인 표현으로 불릴 정도로 혼란스러운 패배였다.

영국군은 곧바로 백악관과 의사당, 재무부 건물에 차례로 불을 질렀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인물들의 기록에 따르면 의사당 내부에는 아직 공사 중인 공간들이 남아 있었고, 불길은 목재 구조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졌다.

역사학자 캐서린 앨리고드(Catherine Allgor)는 『A Perfect Union』(2006)에서 수도 워싱턴이 당시만 해도 아직 미완성의 도시였으며 공화국 자체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정치 실험 단계에 있었다고 설명한다(Allgor, 2006).

미국 헌법의 설계자로 불리던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은 군사적 혼란 속에서 수도를 떠나 버지니아 방향으로 급히 피신해야 했다. 역사학자 J.C.A. 스태그(J. C. A. Stagg)는 『Mr. Madison's War』(1983)에서 매디슨이 전황 보고를 받으며 현장을 이동했지만, 이미 수도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Stagg, 1983).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지 불과 33년 만에 다시 공화국의 수도가 적국 군대에 의해 점령당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백악관 안에서는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영부인 돌리 매디슨(Dolley Madison)은 철수 직전 백악관 벽에 걸려 있던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전신 초상화를 떼어내도록 지시했다. 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가 그린 이 초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미국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의 영부인 돌리 매디슨(Dolley Madison)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그것은 독립 혁명과 공화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정치적 기억 그 자체였다. 돌리 매디슨은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워싱턴 장군의 초상화가 안전하게 옮겨질 때까지 떠날 수 없었다(I cannot leave until the portrait of General Washington is secured)"고 회고했다(Madison, Letters, 1814).

오늘날에도 그 초상화는 백악관에 걸려 있다. 영국군의 방화 속에서도 끝내 지켜낸 그 그림은 미국 정치가 단순한 영토의 문제가 아니라 공화국의 기억과 상징을 지키는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당시 수도뿐만 아니라 뉴욕과 대서양 연안 주요 항구들도 영국 해군의 봉쇄 속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었다. 미국 무역은 크게 위축되었고 연방 정부의 재정 신뢰 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일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연방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정치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Hickey, 2012).

미국 의회는 이러한 국가적 충격 속에서도 임시 건물에 다시 모여 토론을 이어갔다. 『Annals of Congress』를 보면 초기에는 정부의 무능과 군사적 실패를 둘러싼 격렬한 책임 공방이 이어진다. 야당 의원들은 "공화국의 무능이 적에게 수도를 헌납했다"고 비판했고, 일부 의원들은 매디슨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방치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수도 함락 이후 일정 기간 의회 내부에서 일종의 초당적 위기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도 자체가 불타버린 현실 앞에서 여당과 야당 의원 상당수는 단순한 정쟁만으로는 공화국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속기록에는 "Union", "national honor", "public confidence", "defence" 같은 표현이 이전보다 훨씬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다. 의회 내부에서는 해군력 강화, 연방 재정 재건, 국방 예산 확대, 중앙 정부의 조세 징수 능력 보강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1814년 10월 10일 하원 토론에서 다니엘 웹스터(Daniel Webster)는 단순한 정쟁을 넘어 공화국의 신뢰 회복 자체가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건물이 불타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입니다(The loss of public confidence is more dangerous than the burning of buildings)." Daniel Webster, House Debate Following the Burning of Washington, October 10, 1814.

속기록에는 이 발언 직후 장내가 잠시 침묵에 빠졌다고 기록되어 있다([Deep silence in chamber]). 수도의 잿더미 속에서 의원들은 단순히 건물을 다시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 무너진 공화국의 신뢰와 국가 자체를 어떻게 다시 재건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820년 미국 미주리 타협(Missouri Compromise)에 따른 연방 세력도.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다시 분열의 의회 언어로

1820년 미주리 타협(Missouri Compromise) 논쟁은 향후 미국 의회 언어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미주리 타협은 미주리를 노예주로 편입시키는 대신, 매사추세츠주의 북동부 지역이었던 메인을 자유주로 승격시키고, 루이지애나 준주의 북위 36도 30분 이북에서는 새로운 노예주 설치를 제한하며, 자유주와 노예주의 수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절충이었다.

그러나 의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표면적인 타협 아래에서는 이미 서로 다른 두 개의 미국이 형성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820년 2월 15일 뉴욕 출신 제임스 톨매지(James Tallmadge Jr.)는 하원 토론에서 "노예제의 확장은 공화국의 미래 성격 자체와 관련된 문제입니다(The extension of slavery concerns the future character of the republic)"라고 주장했다(James Tallmadge Jr., Missouri Debate, February 15, 1820). 이 발언은 단순히 노예제 확대를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노예제를 유지하려는 남부와는 더 이상 같은 공화국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암시하고 있었다.

의회 기록에는 톨매지 의원의 발언 후 "[남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야유(Sharp objections and boos from Southern members)]"가 이어졌다고 남아 있다.

남부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버지니아 출신 필립 바버(Philip P. Barbour)는 의회가 새로운 주의 노예제 여부를 제한하는 것은 연방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새롭게 연방에 가입하는 주들은 기존 주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며, 특정 지역에만 노예제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주의 평등 원칙(equal rights among the states)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Annals of Congress, Missouri Debate, February 1820). 남부 의원들 입장에서는 노예제 제한이 단순한 도덕 논쟁이 아니라 남부 경제와 정치적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였던 셈이다.

미국 남북전쟁의 전환점이 된 게티즈버그 전투(Battle of Gettysburg) /튀레 드 툴스트룹(hure de Thulstrup) 작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북부 의원들이 '공화국의 도덕적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남부 의원들은 '연방 내 주권의 평등'과 '헌법적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같은 헌법과 같은 공화국을 말하고 있었지만, 이미 서로 전혀 다른 정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1820년대 말 미국 의회 언어는 이미 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헌법과 절차, 공화국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언어가 존재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적 적대감과 도덕적 분열이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하원의장은 반복적으로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반복적으로 발언 중지를 명령했고, 장내 질서를 요구했으며, 퇴장과 정회 등으로 진정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의원들은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동시에 의회 자체를 공화국 유지의 핵심 공간으로 인식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의회의 언어는 점차 집단적 적대와 지역적 이기심의 언어로 변하고 있었다. 북부와 남부 의원들은 상대를 단순한 정치적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방식과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

노예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인간의 평등, 재산권, 연방의 권위, 주의 주권을 둘러싼 근본적 충돌로 확대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회의 언어 역시 점차 타협과 설득의 언어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건국 이후 불과 70여 년 만에 미국 의회의 토론은 더 이상 평화로운 공존을 전제로 한 언어로 유지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공화국을 지탱하던 정치적 언어는 균열되기 시작했고, 의회는 점점 남과 북이 서로 다른 현실과 도덕을 말하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미국 의회의 다음 시대는 결국 남북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전쟁은 단지 군대와 군대의 충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치 언어와 공화국의 비전을 둘러싼 충돌이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사진=뉴스핌 DB]

*미국 2편에서는 남북 내전으로 치닫는 의회의 언어와, 링컨 암살 이후 재건의 언어를 다시 세우는 시기의 상황을 다룬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日 장기금리 3% 목전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장기금리가 3%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 관측이 확산하면서 국채 매도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31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2.950%까지 상승했다. 전 거래일보다 0.030%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기준선인 3%까지는 불과 0.05%포인트를 남겨두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BOJ가 이르면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금리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국채 매도를 늘리는 한편 신규 매수를 주저하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것도 일본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케빈 워시 의장은 28일 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매수가 강해지면서 엔화는 달러당 160엔대까지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BOJ의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일본이 엔화를 매수하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이후 시장에서는 엔저를 억제하기 위해 BOJ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금리인상 확률도 이미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BOJ 내부의 매파적 분위기도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27일 금리인상과 관련해 "다음 회의를 포함해 매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충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9월 인상을 명시적으로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 우려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시장에서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재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넘어설지에 쏠리고 있다. BOJ의 추가 긴축 기대와 엔화 약세, 적극재정에 따른 재정 우려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블룸버그] goldendog@newspim.com 2026-08-31 11:01
사진
월가를 달구는 8가지 화두 이 기사는 8월 31일 오전 08시0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공지능(AI) 번역을 바탕으로 전문 기자들의 검증과 분석을 거쳐 생산된 콘텐츠입니다. 원문은 8월28일 블룸버그통신 기사(Carry Trades to Treasury Twists: A Guide to the Hot Debates on Wall Street)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잇달아 시선을 끄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투자자들은 올여름 한산한 시기를 누리지 못했다.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는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장기 차입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 기법에 눈을 돌리는 한편 당국이 반영해야 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거래 기법과 이론이 뒤섞여 제시되고 있다. 이에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들의 배경과 현재 상황,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본드 스티프너(Bond Steepener)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국채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며 올해 상승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장기채 보유에 대한 우려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해당 수준까지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장기물 국채 가치가 단기물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이런 현상은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으로 불린다. 재무부가 8월 10년물부터 30년물까지의 국채에 대한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런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해당 발표 이후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지만 골드만삭스그룹(GS)과 웰스파고(WFC)의 금리 전략가들은 장기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국가의 통화로 전환하는 고위험 거래를 의미한다. 신흥국 8개 통화 기준 블룸버그 누적 외환 캐리트레이드 지수 분기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이 거래는 신흥국 금리가 주요국 대비 높고 신흥국 통화가 달러, 유로, 엔 등 주로 차입에 활용되는 통화 대비 안정적이거나 강세를 보일 때 활발해진다. 이 거래는 7개 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2008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처럼 이 거래는 빠르게 반전될 수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는 잉글랜드의 헨리 8세나 로마 황제 네로처럼 금화와 은화에 구리 등 값싼 금속을 섞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이른바 화폐 개악(debasement)을 단행했던 역사적 사례에서 비롯됐다. 현대적 의미에서는 미국의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데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 구매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경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정책 당국이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한몫하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에 대한 논의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을 계기로 확산됐다. 이후 2026년 중반 베선트 장관이 엔화와 미국 장기 국채를 지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승인하면서 월가에서 다시 논쟁으로 떠올랐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계획 발표 전후 블룸버그 달러스팟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다만 달러 약세가 나타날 때마다 이를 모두 디베이스먼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이탈이 나타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디베이스먼트가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개념이라면 탈달러화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하거나 기업이 달러가 아닌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전세계 투자자들이 자금을 미국 밖 시장으로 이동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약 70%에서 최근 60% 미만으로 상당폭 낮아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장기적으로 달러 익스포저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가운데 유로화와 위안화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면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탈달러화 논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서 미국이 자국의 금융 시스템과 통화를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채권시장 규모도 세계 최대다. 달러의 우위는 시장의 깊이와 미국 경제 규모, 그리고 이를 진정으로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에 뒷받침되고 있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금융억압은 1973년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로널드 매키넌과 에드워드 쇼가 만든 용어로 정부가 저축을 국채나 특정 우대 차입자에게 유도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뜻한다. 이런 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됐다. 자본 통제, 금리 상한제, 금융기관의 국채 보유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 보유자들의 수익률을 낮춤으로써 정부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연준은 2차 세계대전 기간과 종전 이후 단기 국채 수익률에 상한을 뒀다. 이 조치는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 체결로 종료됐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베선트 장관의 국채 재매입을 정부 차입비용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억압의 한 형태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된 개념으로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있다. 이는 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대신 정부의 저비용 차입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 트위스트(The Twist) 베선트 장관의 재매입 전략이 실질적으로 장기채를 단기채로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면 이는 연준이 수십 년간 여러 차례 시행해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의 재무부 버전에 해당한다.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 포트폴리오 내 단기 국채를 장기 국채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였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이 트레저리 트위스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을 통해 단기 국채(T-Bill)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고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DB)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재매입 계획 발표 이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작됐다"며 "재무부는 시장에서 듀레이션을 제거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단기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사실상 "연성 금융억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를 베선트 풋(Bessent Put)이라고 부른다. 풋옵션은 매수자가 정해진 가격에 특정 자산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경우 시장에 대규모 매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트레이더들이 인지하고 있어 이에 맞서는 거래를 꺼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정책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기간 투자자들이 결국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관세 정책,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재임 당시 연준을 겨냥한 압박, 그린란드 병합 언급으로 인한 전통적 동맹 관계 훼손 등이 꼽힌다. 국가부채 증가와 같은 근본적인 취약 요인도 이런 흐름에 더해지고 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8월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지난해 약 8% 하락했다. 다만 해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발전에 힘입어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장기채 재매입 규모를 늘리려는 재무부의 조치는 시장 원리에 따라 금리 수준이 결정되도록 두지 않고 당국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과 이미 비교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영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RBC블루베이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지, 그리고 이것이 결국 연준에 금리 억제를 위한 압박으로 작용할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은 이런 압박에 맞서 독립성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의장이 오랫동안 자산 매입 활용과 재정·통화 정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해온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연준의 협조 없이는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가 차입비용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한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엇갈린 성과는 반면교사로 꼽힌다. 당시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수익률 방어에 나섰지만 그 결과 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8-31 08:1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