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초기 공격 뒤 공수부대 병력이 섬 장악·유지"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군이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인 하르그섬(Kharg Island) 점거 작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육군 최정예 신속대응부대인 제82공수사단의 파병 가능성이 급부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압박 수위를 유지한 채 협상 국면을 병행하는 이른바 '압박과 회유'식 대이란 전략의 연장선으로, 일각에서는 미군 당국이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하르그섬 점거 등 군사 옵션을 즉각 실행할 수 있도록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약 3000명 규모의 제82공수사단 산하 즉각 대응군(IRF)과 사단본부 핵심 인력을 이란 작전에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IRF는 명령 하달 후 18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든 전개 가능한 전력으로, 미 행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꺼내 드는 대표적 신속대응 카드로 꼽힌다.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를 "신중한 계획 수립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국방부나 미 중부사령부(CENTCOM)로부터 아직 정식 명령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 종전 협상 속 '섬 점거' 시나리오 부각
이번 파병 검토 보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 시설 폭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와 더욱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할 경우 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며 "매우 좋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배후에서는 섬 점거를 포함한 고강도 군사 옵션을 압박 카드로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해병대 교두보 확보 후 공수부대 장기 점거 유력
NYT는 작전 승인 시 제31해병기동부대(MEU) 소속 병력 2500명이 선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최근 미군의 폭격으로 하르그섬 비행장이 파손된 상태여서, 자체 공병 전력을 갖춘 해병대가 먼저 상륙해 활주로를 복구한 뒤 공수부대가 증원되는 단계적 시나리오다. 활주로 복구 후 C-130 수송기를 통해 제82공수사단이 투입되면, 기동성이 뛰어난 공수부대가 해병대와 증원·교대 형식으로 섬을 장기간 장악하며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수부대 투입의 장점은 하룻밤 사이에 도착할 수 있다는 기동성에 있지만, 단점은 중장갑 차량 같은 중장비를 지참하지 않기 때문에 이란군이 반격해 올 경우 방어력이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섬에 대한 초기 공격은 해병대가, 이후 섬 장악과 유지에는 공수사단 병력이 맡는 방식이다.
◆ 사단 본부 훈련 취소… 실전 투입 전조 포착
미 육군이 이미 실무적인 배치 준비에 착수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달 초 루이지애나주 합동작전대비훈련센터(JRTC)에서 예정됐던 제82공수사단 본부 요원 300명의 훈련 참가가 전격 취소된 것이다. 이는 중동 파병 명령 시 지휘 공백 없이 즉각 대응하기 위해 본부 인력을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 기지(옛 포트 브래그)에 잔류시킨 조치로 풀이된다.
제82공수사단은 과거 2020년 바그다드 대사관 공격, 2021년 아프간 철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위기마다 투입된 바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부대 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 현실화땐 글로벌 공급 쇼크 우려
하르그섬이 미·이란 간 격전지가 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막대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하르그섬이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며, 통상 하루 130만~160만 배럴 안팎의 물량이 이곳에서 선적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미군의 섬 점거에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로 맞대응할 경우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이 뱃길이 한 달 이상 마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한국 등 원유 수입국의 물가 불안과 경기 둔화를 심화시키는 공급 쇼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