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대표 "새로운 변화 수긍하기 위한 준비"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30년 역사를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제16회를 통해 변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
1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에서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리에는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비롯해 호 추 니엔 예술감독 등이 참석했다.
올해의 주제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로 정해졌다. 이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의 마지막 구절에서 착안했다.

이날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광주비엔날레는 30년 역사가 지나갔고, 과거 30년을 바탕으로 앞으로 한 세대를 들이는 준비점에 와 있다. 새로운 변화를 수긍하려고 한다. 이번 주제가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제는 릴케의 시 구절에서 따 왔는데, 처음에는 어색해서 좋은 우리의 한국말로 의역하려고 고민했는데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직설적이지만 많이 알려진 문장으로 전시 제목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 내용이 전시장으로 구현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참 중요한 시기에 변화라는 주제로 전시를 잘 만들어 볼 것"이라며 "이번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908년에 발표된 릴케의 시에는 상상 속의 파편화된 고대 조각상이 등장한다. 이 조각상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에게 압도적인 정서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결단과 삶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러한 강렬한 마주침은 결국 시의 마지막 구절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귀결되며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이 시는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변형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을 남긴다. 이러한 가능성에서 출발한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변화'를 하나의 예술적 방법으로 바라보며, 예술가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과 권력의 구조, 관계의 형태를 실험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번 주제를 통해 우리시대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와 절박한 상황에 응답하는 예술의 번역적 힘을 탐색하고자 한다. 독자는 한 명의 관람가로 변모한다. 릴케의 시에서 고대 조각상과의 조우 속에서 관람자는 새로운 결탁과 삶을 바꾸는 다양한 다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만남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이 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 변화의 길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감독은 "이처럼 절박하지만 열려있고, 강력하지만 너그러운 변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비엔날레는 변화를 예술적인 방법으로 탐구하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창조의 형태, 새로운 권력의 형태, 새로운 관계의 형태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있다. 변화와 실천이다. 첫 번째 '변화'로는 분자적·개인적·사회적·우주적 변화인 '다양한 규모'와 빠르게·느리게·감지하기 어려운 변화인 '여러가지 속도'가 있다.
실천에는 반복과 시간에 걸친 지속성, 창조적 회복력, 응축된 형식, 집중된 관심, 소수의 참여작가, 한 작가의 다양한 작업, 실천의 형태가 있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비엔날레가 열리는 광주, 이곳에서 변화라는 것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역사라고 굳게 믿고 있다. 광주만큼 변화의 이상과 경험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도시는 드물다. 광주가 지닌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 변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다. 관객이 다양한 규모의 변화를 통과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예술감독 자리에 초청을 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임했다. 본능적으로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광주라는 역사가 갖고 있는 다양한 요소, 텍스트가 저와 깊게 공명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에서 광주민주화항쟁을 기리면서 역사적 순간, 영웅적 행위를 돌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예술감독은 "1980년대 아시아 역사를 돌아보면 독재에 맞서는 항쟁과 투쟁이 이뤄졌다. 민주화항쟁이 그 첫 번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라는 도시는 자유와 민주화를 선도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엔날레는 호추니엔 예술감독과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가 함께했다. 각 큐레이터들은 제16회 비엔날레에 출품되는 주요 작품들을 소개했다.
먼저 최경화 큐레이터는 "모나 벤야민의 '내일 또 다시'는 영상 작품이다. 기능불능상태의 뉴스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작가의 부모님이다. 여러 역할을 맡아서 과장된 몸짓, 감정표현으로 연기한다. 슬랩스틱 코미디, 부조리는 서늘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이 작품은 정상화하길 거부하는 한 종류의 회복력을 전달한다"고 소개했다.
박가희 큐레이터는 "저는 공동체적인, 집단적인 차원에서의 실천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시민적인 관계를 다시 엮어가는 실천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티안 니얌페타의 '그리스도의 증인: 시민미술학교 정은희의 목판화'를 소개했다. 박 큐레이터는 "니얌페타는 역사를 단순히 아카이브로 재현하지 않는다. 과거 시민미술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의 작품 이미지를 다시 그리고 재물질화했다. 시민미술학교가 역사적 의미를 넘어서 오늘날에도 작동하는 사람들을 다시 모이게 하는 장치가 된다"고 덧붙였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번 주제는 얼핏보면 선언을 하는 강렬한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저희가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이러한 문장이 강요성, 개방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것"이라며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고 하지만 결코 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상반된 강요성과 개방성의 조합을 흥미롭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관객의 상상, 감각에 대해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점을 가지고 선을 만들고 선을 가지고 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층적으로 함께 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