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 제동…무역법 활용 가능성은 여전
대미 통상 변수 확대…"韓, 중장기 대응전략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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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추진한 관세 정책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통상 환경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이번 판결로 해당 관세 조치는 무효가 됐지만, 미국이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보호무역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의 통상 대응 전략 역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미 연방대법원의 IEEPA 판결과 정책적 고려 사항' 보고서를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통상정책 변화 가능성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단순히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를 바꿔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한국 역시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금융 제재 법률 IEEPA…관세 근거로 쓰자 美서 법적 논쟁
9일 조사처에 따르면 IEEPA는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외국 자산 동결, 금융거래 제한, 수출입 규제 등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지난 1977년 제정 이후 미국의 대외 경제 제재 정책에서 핵심적인 법적 근거로 활용됐다.
이 법은 주로 특정 국가나 개인에 대한 금융 제재와 자산 동결, 거래 제한 등 긴급 경제 조치를 시행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러시아 제재나 이란 관련 금융 제한 조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IEEPA가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활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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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추진할 때는 일반적으로 무역법 제301조나 제232조 등 통상 관련 법률을 근거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국가별 관세를 부과하려 한 시도는 미국 내에서도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을 관세 정책까지 확장하는 것은 법률 취지를 넘어서는 해석이라고 지적해 왔다. 또 IEEPA는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경제 제재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와 같은 무역 정책은 전통적으로 의회의 권한 영역으로 간주해 왔다.
미국 헌법 역시 관세와 통상 규제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어 행정부가 비상 권한을 통해 이를 대체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보고서는 이러한 법적 구조 때문에 IEEPA를 관세 정책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시도 자체가 미국 내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과 의회의 통상 권한 사이의 경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 트럼프, IEEPA 근거로 고관세 부과 추진…韓에도 상호 관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별 추가 관세 정책을 추진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정책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공급망 재편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 아래 추진됐다.
한국 역시 이러한 정책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25% 수준의 상호 관세 부과를 검토했고, 이후 대미 금융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관세율을 15% 수준으로 낮추는 협상도 진행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비상경제권한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미국 내에서 커졌다. 행정부가 비상사태 권한을 활용해 관세 정책까지 추진하는 것은 의회의 통상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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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려 했다고 분석한다. 단순한 무역 적자 해소를 넘어 전략 산업을 미국으로 회귀시키려는 산업 정책적 목적이 관세 정책과 결합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세 정책은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 외교·안보 전략과도 연결되는 양상을 보였다.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투자 확대나 공급망 협력을 조건으로 관세 조정을 논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 美 대법원 "IEEPA로 관세 부과 불가"…행정부 권한에 제동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IEEPA가 금융 제재나 거래 제한 등 긴급 경제 조치를 위한 법률일 뿐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이 무역 정책까지 포괄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법률 취지와 역사적 관행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파난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 행정부가 비상경제권한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데 일정한 법적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동시에 미국 통상 정책이 사법 판단에 의해 제약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이번 판결이 미국 통상 정책의 법적 기반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정책 의지와 별개로 관세 정책은 명확한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하며, 비상경제권한만으로 이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사법부가 분명히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번 판결은 미국 통상 정책이 행정부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기보다 의회와 사법부의 견제를 받는 구조 속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다만 보고서는 이번 판결이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관세 정책의 법적 근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정책 방향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 美 관세 정책은 계속된다…'무역법 122조·301조' 활용 가능성
보고서는 미국 행정부가 향후 무역법 제122조나 제301조 등 다른 통상 법률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경우 IEEPA 판결 이후에도 미국의 관세 정책은 새로운 법적 근거 아래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제122조나 제301조 등을 근거로 고관세 정책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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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한국의 통상 전략도 단기 협상이나 특정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법적·정치적 변수까지 고려한 중장기 통상 전략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 행정부의 정책 판단뿐 아니라 의회 입법과 사법 판단 등 다양한 제도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판결 역시 미국 통상 정책이 행정부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 삼권분립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단기 협상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미국의 법률 체계와 정책 결정 구조까지 고려한 중장기 통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특정 법률이 아닌 다른 제도적 경로를 통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미국의 후속 관세 조치와 주요 교역국의 대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미 수출 여건이 기존 합의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미국과 협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주요 교역국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상호 관세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세 환급 지원 등 정책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단순히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적 근거를 통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처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통상 전략을 마련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질서 속에서 더욱 능동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줄 요약
미 연방대법원이 IEEPA 관세에 제동을 걸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다른 법적 근거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의 통상 전략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