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환율·유가 변수에 한국 금리 상방 압력 지속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글로벌 채권시장에 파장을 키우고 있다. 이란의 원유 생산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 기존에 예상됐던 변수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주요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고, 카타르 LNG 산업단지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 불안이 동시에 부각됐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이와 관련해 박준우 CFA의 보고서를 통해 유가는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왔지만, 2월 들어 안정되던 천연가스 가격이 30% 이상 급등하면서 에너지 가격 전반의 상방 압력이 기존 우려보다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 쇼크, 인플레이션 재자극
미국의 물가 지표도 이를 뒷받침했다. 3월 2일 발표된 2월 ISM 제조업지수 중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0포인트 이상 급등한 70.5를 기록했다. 신규주문지수 역시 55.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양호한 수요 여건이 결합되면서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을 자극한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06% 수준까지 올라섰다. 하나증권은 미국 경제가 완만한 둔화 흐름 속에서 연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10년물의 적정 레벨을 4.10%(4.0~4.2%)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금리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예상보다 견조한 경기 상황을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투자 의견은 기존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됐다.
◆유가 90달러 시나리오…금리 급등은 제한적
기본 시나리오는 1~2개월 내 군사적 충돌이 제한적으로 전개되면서 WTI 기준 유가 상단이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열려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을 경우 10년 기대인플레이션(BEI)은 2.40% 이하에서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인하 기대가 유지되며 금리 급등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듀레이션을 적극 축소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한국 경제, 반도체가 이끄는 상향 조정
한국 채권시장은 에너지 가격에 더욱 민감하다. 한국은행은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고, 2026년 성장률 전망을 2.0%로 0.2%포인트 상향했다. 반도체 업사이클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개선되고, 소비 회복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은 161% 급증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2026년 설비투자(Capex) 추정치도 6,000억 달러 수준으로 상향되며 반도체 수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성장의 무게 중심이 'k자 양극화'에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 'K자 확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변수는 유가…물가·환율 동시 압박
문제는 물가다. 환율 상승과 유가 급등이 겹치며 수입물가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10% 오를 경우 1년 후 소비자물가는 0.2% 상승하고 성장률은 0.05% 하락한다. 물가와 성장에 동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구조다.
금통위 점도표에서도 연내 인상 가능성은 낮게 제시됐지만, 동결 장기화 시그널이 뚜렷했다. 그러나 중동 리스크 확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상하면서 연내 11월 인하 전망은 '동결'로 수정됐다. 미국 연준이 고용 리스크에 무게를 두는 것과 달리, 한국은 환율과 에너지 가격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고채 3년 3.2%…박스권 등락 전망
국고채 3년 금리는 최근 3.2%에 근접했다. 인상 리스크가 부각되며 고금리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환될 환경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채권 공급 부담 완화와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 등을 감안할 때 전고점인 3.27%가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하며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결론적으로 한국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미국 역시 금리 하락 여력이 줄어들면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상반기 금리는 안정, 하반기에는 완만한 반등 경로가 기본 시나리오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