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산촌 편 가른 승부, 풍농·액막이·공동체 결속 담아
[삼척=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 삼척정월대보름제의 상징인 '삼척 기줄다리기'는 35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삼척 고유의 세시풍속으로, 풍년·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줄다리기에서 '기줄'은 삼척 방언으로 게를 뜻하는 '기(게)'에서 왔다. 굵은 줄 몸통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잔줄들이 마치 게 다리처럼 보여 '게줄다리기(기줄다리기)'로 불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잡귀를 막고 액운을 쫓는 동물로 여겨진 게의 상징성과 맞물리면서, 나쁜 기운을 떨쳐내고 마을을 지킨다는 벽사(辟邪)의 의미도 함께 담겼다.

역사적 기원은 조선 현종 연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척 부사 허목이 제방과 둑, 저수지 공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던 당시 대량의 새끼줄이 필요해지면서, 마을별로 줄을 꼬고 줄다리기를 벌이게 한 것이 오늘날 기줄다리기의 시초로 전해진다. 부역에 동원된 주민들의 피로감을 달래고 마을 간 경쟁심을 축제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장치였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삼척 기줄다리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농·어업의 운명을 점치는 의례적 성격이 강하다. 해안마을인 부내면과 산골마을 말곡면으로 편을 갈라 승부를 겨루는데, 부내면이 이기면 풍어, 말곡면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신이 대표적이다.
승패에 따라 진 편이 제방 보수 등 노역을 더 맡았다는 기록도 전해져, 줄다리기 결과가 마을의 체면과 실제 부담으로 이어지는 '진짜 승부'였음을 보여준다.

진행 방식은 세대별로 점층 구조를 이룬다. 음력 1월 초하루에는 어린이들이 작은 줄을 들고 동네 골목을 누비는 '애기속닥기줄다리기'가 열리고, 정월 초순에는 청소년이 주도하는 중기줄다리기로 규모가 커진다.
정월 대보름 무렵에는 어른들이 나서 대형 기줄을 사이에 두고 산촌과 어촌이 맞붙는 큰기줄다리기가 절정으로 치러지며, 이 3단계 과정을 통해 놀이와 의식이 자연스럽게 세대 간에 전승돼 왔다.
보존 가치도 일찍이 인정받았다. 삼척 기줄다리기는 1976년 강원도 무형문화재(현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2호로 지정되면서 체계적인 전승 기반을 갖췄고, 2015년에는 한국(삼척기줄다리기 등),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이 함께 신청한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면서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격상됐다.

전문가들은 삼척 기줄다리기에 대해 "제방 축조라는 실용적 필요에서 출발해 풍년·풍어 기원, 액막이, 마을 공동체 결속이 겹겹이 쌓인 살아 있는 민속 종합세트"라며 "오늘날 축제의 장에서 재현되는 기줄다리기는 과거 삼척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그대로 담아낸 상징적 무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