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 되면 美·印 긴장 관계 해소되기 힘들어"
"美에 있어 印은 중국 견제 수단, 동맹국인 韓·日과 달라"
"美·印 모두 서비스 의존도 높아...中이 패권 경쟁서 이기면 美·印 경쟁 심화"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무역 협상 과정에서 확인된 미국과 인도 간 긴장 관계가 장기화할 수 있으며, 이것이 중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6일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신흥국) 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독립 온라인 매체 글로벌 사우스 프로젝트에 따르면, 중국 최고 경제 정책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싱크탱크 국제협력센터의 마오커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대해 반복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대외 지정학적 경쟁보다 국내 발전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저명한 인도 전문가로 꼽히는 마오 연구원은 "미국 사회, 특히 우파 진영 사이에서 인도가 미국 국내 경제에 경쟁적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인도의 숙련 노동력 수출이 미국 내 동종 분야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이은 차기 대통령이 공화당에서 나올 경우, 미국과 인도 간의 마찰은 단순한 정권 교체나 백악관 인사 개편만으로는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마오는 "이러한(인도에 대한 입장) 변화는 미국의 우선순위가 외부 위협에서 국내 경제 문제로 옮겨가는 더 광범위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이러한 변화는 중국에 대한 견제책으로 인도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했던 미국의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전통을 공식적으로 바꿔놓았다"고 진단했다.
미국에 있어 인도의 가치는 거의 전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대항마'로서의 역할에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일본이나 한국 같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는 게 마오의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를 점점 더 '거래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키면서 인도가 보다 폭넓은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미국과의 마찰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고, 특히 인도가 러시아 같은 미국의 경쟁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는 주장이다.
마오는 "미국은 수년간 인도에 대해 전략적으로 이타적인 정책을 펼치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지정학적 이득을 우선시했고, 미국의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며 "그러나 인도의 상대적 쇠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러한 양보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의 지원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는 '채권자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오는 이어 "더 나아가 중국이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면, 미국과 인도는 서로 유사한 '서비스 중심의 경제 구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과 인도 모두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가운데 지금은 미국과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고 있지만, 중국의 위협이 줄어들거나 중국이 판도를 주도하게 되어 미국과 인도의 '공통의 적' 논리가 약해지면 미국과 인도가 동일한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오는 "만약 중국이 국방력과 산업 기술력을 통해, 특히 미국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명확한 우위를 공고히 한다면, 이는 객관적으로 볼 때 유사한 경제 및 전략 영역에서 미국과 인도 간의 구조적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중국이 현재 미국 및 인도와 겪고 있는 마찰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도와 중국은 지난 2020년 히말라야 국경 분쟁 지역에서 양국 군이 무력 충돌한 뒤 관계 경색을 겪었으나 최근 화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양국 모두에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협력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8월 말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8년 이후 7년 만으로, 양국 정상은 중국과 인도는 경쟁 상대가 아닌 파트너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양국의 차이가 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반면, 인도와 미국은 1년 여의 협상 끝에 이달 초 무역 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당초 인도는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개인적 친밀함 등을 바탕으로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먼저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농산물 시장 개방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장기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의 오랜 앙숙인 파키스탄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러시아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며 25%의 상호 관세에 대해 25%의 제재성 추가 관세를 부과한 뒤에는 양국 관계가 2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인도와 미국은 이달 7일 성명을 통해 "양국이 관세 인하 및 경제 협력 심화 등을 골자로 한 잠정적 무역 협정 프레임워크(틀)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3월 중순까지 무역 협정의 첫 번째 단계에 공식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인 간 무역 협정 공식 체결이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IEEPA)을 근거로 한 상호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뒤 양국 협상이 일시 중단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인도 대표단은 이달 23일 미국을 방문해 26일까지 3일간 미국 대표단과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22일 인도 대표단의 미국 방문이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즈니스 스탠다드(BS) 등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상공부 관계자는 "양측(인도와 미국)은 인도 수석 협상 대표단의 방문이 최근 상황과 그 의미를 평가할 시간을 가진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회담은 상호 편리한 날짜로 다시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법적 구조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일시 중단되었다"며 "무역 협정의 윤곽을 다시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