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18년 2월 TV로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을 보며 "나도 형들처럼 얼음판을 누벼야지"라고 마음먹었던 초등학생이 있었다. 그 소박한 꿈을 품고 빙판 위에 첫 발을 올린 소년은 8년 뒤 올림픽 남자 1000m 시상대에 동메달을 걸고 서 있었다. 주인공은 2007년생 대표팀 막내 에이스 임종언(고양시청)이다.
임종언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서 1분24초611의 기록으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남녀 쇼트트랙을 통틀어 이번 대회 첫 메달이다.


임종언은 빙상계에선 이미 최고의 유망주로 불린다. 2025년 2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남자 1000m와 1500m를 석권하며 시선을 모았다. 같은 해 4월 2025-2026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남자부 전체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어 2025-2026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차 대회에서 2관왕을 비롯해 시즌 통산 개인·단체전 금 5개, 은 3개, 동 1개를 쓸어 담으며 단숨에 차세대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의 임종언을 만든 시작은 의외로 평범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취미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야외가 너무 덥다"며 실내 빙상장으로 들어와 스케이트를 신었다.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TV 화면 속에서 남자 1500m를 제패하던 린샤오쥔(임효준)의 레이스는 소년의 마음에 쇼트트랙 선수라는 꿈을 새겨 넣었다.


평창 키드의 길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땐 훈련 도중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허벅지 안쪽을 찍히는 큰 부상을 당했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져 수술대에 오른 뒤 1년 가까이 스케이트화를 신지 못했다. 힘겹게 중학교 3학년 때 훈련에 복귀했지만, 그해 여름엔 왼 발목까지 부러져 다시 반년 가까이 빙판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겹친 큰 부상들은 그를 여러 번 포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럼에도 임종언은 얼음판으로 계속 돌아왔다. 포기를 몰랐던 덕분에 그는 주니어 무대에서 타고난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급성장했고, 시니어 무대에선 아웃코스를 크게 타고 나가는 부드러운 스케이팅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을 구축했다.
밀라노에서의 첫 출전은 고배를 마셨다. 혼성계주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메달 꿈은 잠시 접어야 했다. 하지만 남자 1000m에서 자신의 장점인 막판 스퍼트와 아웃코스 추월을 살려 마침내 올림픽 데뷔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평창을 TV로 지켜보며 선배들을 동경하던 초등학생은 수차례의 부상과 수술, 재활을 거쳐 이렇게 올림픽 시상대에 섰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