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와 양강 체제 속 상반기 인상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반도체를 넘어 부품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가격 상승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고사양 MLCC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삼성전기가 이번 흐름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서버 한 대에 3만개…AI가 만든 구조적 수요
12일 업계에 따르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증설이 본격화되면서 MLCC 수요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PC 중심이던 수요가 서버, AI 가속기, 로봇, 방산 장비 등으로 확산되면서 제품당 탑재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AI 서버 1대에 들어가는 MLCC는 약 3만개로 일반 서버 대비 100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역시 한 대당 최소 1만개의 MLCC가 필요하다. 연산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전력 안정성과 신호 무결성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칩 주변에 배치되는 전력 부품 수요도 비례해 증가하는 구조다. 단순 출하량 증가가 아니라 '시스템당 부품 수'가 급증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 무라타·삼성 과점…공급 확대 쉽지 않다
문제는 공급이다. AI 서버용 MLCC는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고신뢰성 제품이 요구된다.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다.
현재 서버향 고사양 MLCC 시장은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9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소수 업체에 집중된 구조다.
실제 두 회사의 MLCC 가동률은 비수기인 지난해 4분기에도 90% 중반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시기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AI 서버향 MLCC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수급이 빡빡해지면서 가격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MLCC 현물 가격이 20%가량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기, 가동률 100% 눈앞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삼성전기는 수혜 기업으로 부각된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MLCC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서버용 고사양 제품 비중을 확대해왔다. 올해 1분기 MLCC 라인 가동률은 90% 중반 수준으로 추산되며, 연내 사실상 100%에 근접하는 가동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적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90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95억원으로 108% 늘었다. AI 서버향 부품 공급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2018년 MLCC 슈퍼 사이클 당시 가격이 최대 40~50% 인상됐는데 당시 삼성전기 MLCC 사업부 영업이익률이 최대 42%까지 확대됐었다"며 "삼성전기는 그동안 MLCC 가격 인상에 보수적 입장을 취했으나, 무라타제작소가 지난 2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서버용 MLCC 시장의 밸런스 재점검 필요성과 가격 협상 국면 진입을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올 상반기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