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명문화 요구 거세질 듯…노사 주도권 갈등 우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법원이 SK하이닉스의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산정 기준인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번 선고로 인건비 지출 급증 우려에 휩싸였던 기업들은 일단 한시름을 덜게 됐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경영 성과의 사후 배분 성격이 강하다고 인정되면서 퇴직금 소급 적용 리스크는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 전망이다. 다만, 재계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노조의 명문화 요구에 대비해 성과급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은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생산성 격려금(PI)과 이익분배금(PS) 등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따른 지급 의무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영업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은 근로 제공의 직접적인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목표달성장려금(TAI)의 임금성을 인정한 판결과 대조를 이루며 재계의 관심을 모았다. 대법원은 두 사건에 동일한 법리를 적용했지만, 세부적인 지급 구조에서 판단이 갈렸다. 삼성전자의 TAI는 사전에 확정된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돼 근로성과의 사후 정산 성격이 인정된 반면,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매년 노사 합의로 지급 여부와 지급률이 달라지는 '경영성과의 사후 배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면하게 됐다. 회사가 최근 연봉 1억 원 기준 약 1억5000만 원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만큼 판결 결과에 따라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이 급격히 상승해 인건비 지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법원 판결 이후 사법부 결정을 수용해 지난달 29일 퇴직자부터 TAI를 포함해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조합(노조)의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법원이 퇴직금 산입의 기준을 일관되게 제시함에 따라 노조가 향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성과급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라고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실제로 기업에서도 노조가 비정기적·불규칙적으로 지급되던 성과급을 노동 관행으로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사 간 보상 체계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예상되면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논란은 각 기업의 보상 체계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HD현대중공업 등의 기업에서도 퇴직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다른 판결을 받아 일단 기업 입장에서는 한숨 돌렸지만, 향후 유사 소송들이 남아 있어 여전히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결국 성과급의 세부 지급 조건이 임금성을 가르는 핵심이 된 만큼 기업마다 보상 체계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거나 전면 재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