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집요함과 배우 박해준의 '1인분 철학'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양관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로애락을 선사했던 배우 박해준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영화 '휴민트'에서 북한 총영사 황치성 역을 맡아 극강의 긴장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해준은 "휴민트는 빈틈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얼른 개봉하기를 기다렸다"며 "관객들에게 하루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극장 필람 영화… 동료들과 웃으며 만나고파"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개봉하는 소감을 묻자 박해준은 "다른 영화도 그렇고 휴민트도 그렇고 극장에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이어 " '굳이 영화관에 가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휴민트는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이 분명한 영화"라며 "이런 영화를 소개하게 돼 기대가 크고, 이를 통해 다른 영화들까지 함께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흥행이 안 되면 서로 얼굴 보기 민망할 때가 있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서는 "농담 삼아 한 얘기"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류승완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개봉을 기다린 것도 이들을 다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영화 성적과 관계없이 보겠지만 기왕이면 잘 돼서 더 기분 좋게 만나 홍보하고 일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휴민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첩보 액션물이다. 박해준은 박건(박정민)과 채선화(신세경)를 곤경에 빠뜨리는 북한 총영사 황치성 역을 맡았다.
◆'관식이 형은 잊어라', 품위 있는 빌런의 탄생

전작의 따뜻한 이미지를 벗고 다시 빌런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박해준은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배우로서 욕심이 있다. 계획해서 악역을 맡은 건 아니지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앞뒤 재지 않고 하는 편"이라며 "즐겁게 촬영할 수 있고 좋은 대본과 환경이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만 "이전 악역과 비슷하게 보일까 봐 걱정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류승완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초반에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판을 깔아주셨다"며 "예전에는 잔인성을 강조하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악역이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는, 품위 있지만 위협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화이', '화차' 등을 넘어 이번에는 더욱 거친 총기 액션을 선보인다. '게리 올드만의 젊은 시절 같다'는 호평에 박해준은 "태상호 군사 전문 기자님 덕분에 멋진 총기 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총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해야 멋있는지, 탄창 가는 법부터 자세까지 디테일하게 자문해주셨다"며 "공포탄이었지만 탄약 개수를 정확히 관리해야 해서 실제 사격처럼 엄격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다. 그 긴장감이 화면에도 잘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중심, 조인성은 품 큰 배우."
후배 박정민이 "박해준 선배의 열정에 압도당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빌런으로서 해야 할 몫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박해준은 "나는 현장에서 덤비는 스타일이다. 황치성의 목적은 뚜렷하다. 잔가지를 쳐내고 선택할 게 명확한 역할이라 에너지가 더 커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박건(박정민) 역할이 훨씬 어렵다.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박)정민이가 그걸 훌륭하게 해냈다"고 칭찬했다. 조인성에 대해서도 "현장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우리를 품어주는 품이 큰 배우다. 엔딩에서 멀리 쳐다보는 시선이 영화 전체를 잡아주는 느낌을 받았다"며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류승완 감독과의 작업 소감으로는 '집요함'을 꼽았다. 박해준은 "감독님은 계획한 바를 분명히 지키면서도 배우에 따라 유연하게 열어주기도 한다"며 "저 같은 경우는 편하게 놀 수 있게 열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장에 축적된 감독님의 베테랑 경험과 정확한 디렉션 덕분에 배우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 본인이 한 것보다 훨씬 멋지게 영상이 만들어지니 작업하면서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내 몫을 해야, 확신 안 들때 어려워."

'내 몫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배우로도 유명하다. 박해준은 "요즘 현장에선 시간이 곧 돈이다. 내가 내 몫을 해내서 장면이 확보되면, 다음 단계로 빨리 넘어가 스태프들이 피로감 없이 촬영할 수 있다"며 "그 몫을 생각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가 된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확신이 안 들 때"라고 답했다. 박해준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떨고만 있을 순 없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덤벼보고, 결과물을 보며 감독님과 주변 반응에 나를 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