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5일(현지 시간) 반이민 이슈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전혀 동의할 수 없으며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 소속으로 지난 2018년 6월부터 스페인 총리를 맡고 있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한 이후 주요 현안마다 현격히 다른 입장을 밝히며 대립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게재된 '나는 스페인의 총리다. 서방이 이민자들을 필요로 하는 이유'라는 기고문에서 스페인이 최근 최대 50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임시 거주 허가를 부여하는 법령을 발표했다며 포용적 이민 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식 지도자들은 우리가 그렇게 많은 이주민을 감당할 수 없으며 이것이 몰락해 가는 국가의 자살 행위라고 주장할지 로르지만 그들의 말에 속지 말라"고 했다.
그는 "스페인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번영은 스페인 시민들의 노력과 유럽연합(EU)의 공동 대응, 그리고 이주민을 필수적인 동반자로 바라보는 포용적 정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페인이 3년 연속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기록했고, EU 전체에서 새로 창출된 일자리 세 개 중 하나가 스페인에서 만들어졌으며, 실업률은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고,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증가했으며, 빈곤과 불평등 수준은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이 이번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임시 거주 허가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했다.
첫째는 스페인도 과거 1950~60년대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제 상황이 바뀌어 스페인의 경제 사정이 좋아졌으니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스페인의 의무라는 것이다
둘째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유럽은 현재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구 국가들은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이고 국내총생산(GDP)은 정체할 것이며, 공공 의료와 연금 제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이민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도 가능하다"며 "서구 국가들은 닫히고 가난해지는 사회가 될 것인지, 열리고 번영하는 사회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인가, 후퇴인가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라고 했다
산체스 총리의 이날 기고문은 최근 폭력적이고 때론 불법적인 강경책을 밀어붙이면서 국내·외에서 비판과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산체스 총리가 트럼프와 각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비 지출을 GDP의 5% 선까지 증액하라고 압력을 가했을 때 "부당한 국방비 지출 목표를 수용하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스페인은 끔찍하다. 나는 그들이 무역에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외에도 기후 변화와 통상 갈등, 가자 전쟁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입장과 가치관을 표출하고 있다.













